◆ 금융도 양극화 ◆
![]() |
↑ 22일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벽에 신용대출 상품을 소개하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시중은행 등 금융사 대출의 고소득자·고신용자 쏠림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김호영 기자] |
22일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나이스신용평가에서 제출받은 '시중은행 대출 고객 신용등급 분포 현황'에 따르면 올 9월 말 현재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이용자는 407만8408명이다. 이는 작년 9월 말(423만7398명)보다 3.8% 감소했다. 반면 신용도에 따른 금융 양극화 현상은 심화됐다. 주담대 이용자 중 신용등급 1등급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9월 말 기준 53%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6년 9월 말(41%)과 비교하면 12%포인트나 높아진 수치다.
신용등급 4등급 이하가 주담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9월 말 기준 14%로 4년 전보다 7%포인트 줄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고객 신용도가 상승한 데다 신용등급이 높은 사람이 대출받기도 쉽고 자산 증대 의지도 높아 점점 더 1등급에 주담대가 쏠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 |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평시에는 신용도가 높은 사람에게 돈이 더 많이 가는 흐름이 자연스러울 수 있지만 현재는 과도하게 쏠리는 '유동성 함정'이 나타나고 있다"며 "풀린 유동성이 투기 자산으로 가는 흐름을 차단하고, 자금이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돈이 흐를 수 있도록 하는 정부의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터넷전문은행도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일부 금융 규제를 면제해주는 혜택을 주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이 5~6등급 중신용등급자에 대한 대출에 나설 것을 기대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카카오뱅크 1~4등급 신용대출 금액 비중은 98.5%에 달했고, 5~6등급 비중은 1.4%에 그쳤으며 7등급 이하는 고작 0.2%였다.
반면 서민들에 대한 금융 지원은 갈수록 각박해지고 있다. 특히 6등급 이하 서민을 위한 대출 창구인 미소금융은 출자액이 줄면서 대출 실적이 급감하는 등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소금융은 경제적 취약계층에 대해 소액 대출을 통해 자립을 돕는 방글라데시 '그라민뱅크'를 지향하며 2009년 이명박정부 때부터 본격 시행됐지만 최근에는 미소금융 지원을 받기 어렵다는 반응이 속속 나오고 있다. 전체 출자액 중 80%가 소진된 데다 연체율을 관리하느라 지원 심사를 까다롭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소금융이 유명무실해진 것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현 정부의 또 다른 금융 지원 정책 확대, 일부 기업 참여 의지 약화, 부실 우려 등이 이유로 꼽힌다. 서민금융진흥원 관계자는 "정부가 소상공인진흥공단, 기업은행, 시중은행 등을 통해 소상공인에게 12조원 규모 정책금융 프로그램을 지원한 것이 미소금융 대출 감소 원인"이라고 답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미소금융도 과거 정부가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어서 유지된 것인데 현 정부 들어선 무관심하게 방치되고 있다"고 말했다.
[문일호 기자 / 김유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