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서울 외곽까지 아파트 전셋값이 뛰고 집값도 상승하면서 갑자기 주거불안을 느끼게 된 중산층을 일컬어 `벼락거지`란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사진은 강북구 미아뉴타운 인근 대단지 아파트를 바라보고 있는 행인 모습. [매경DB] |
집값이 내릴 것이라는 정부 약속을 믿고 아파트 구입을 미뤘다가 매매가와 전셋값이 모두 올라 이도 저도 할 수 없게 된 사람들을 두고 '벼락거지'란 신조어가 회자되고 있다. 갑자기 큰돈을 번 '벼락 부자'와 달리 본인 소득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음에도 주변 주택가격이 뛰는 바람에 자산이 하락한 무주택자를 칭하는 말이다. 최근 서울 전셋값이 73주째 급등하고 거액 보증금을 추가로 마련할 위기에 처한 이들의 현 상황을 반영한 신조어로 풀이된다.
22일 주요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최근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올라 상대적으로 자산이 하락한 사람들을 두고 '벼락거지'로 소개됐다.
벼락거지는 2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첫번째 유형은 '일개미 파'다. 전셋집을 구해 개인 자금을 마련하는 맞벌이 부부 또는 근로소득을 그대로 예적금 통장에 넣는 직장인을 말한다. 집값 변동보다는 개인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믿고 집을 무리해서 사지 않은 경우다.
그러나 '벼락거지'란 신조어는 근로소득과 자산소득 간 격차가 커지면서 '일개미파'의 자산이 상대적으로 하락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KB월간주택가격동향 면적별 아파트 평균매매가격에 따르면 10월 서울 아파트값은 국민평형인 전용면적 84㎡이 문재인 정부가 출범(2017년 5월) 대비 4억원 넘게 올랐다. 아파트값 상승률로는 서울이 34.5%, 세종은 40.51%에 달한다. 세종시에서 근무하며 전세살이 하는 30대 공무원 A씨는 "세종·대전 모두 집값이 올라 늦기 전 인근 공주시에서라도 집을 마련할까 고민중이다"라고 했다.
한편 이달 30일부터 연소득 8000만원이 넘는 경우 신용대출 한도를 1억원으로 막는 '영끌 매수 주의보'가 내려지면서 '내집 마련' 사다리는 걷어차이는 모양새다.
벼락거지의 두번째 유형은 '타이밍 파'다. 3~4인 가구에 청약 가점이 50점대로 로또청약을 노리거나, 정부 공급대책 효과를 기다리고 집값이 내려갈 때 매수하려고 전세살이를 선호한 경우다. 그러나 분양가 상한제 등 정부 규제로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로또 아파트가 공급되면서 청약 경쟁률과 함께 청약가점 커트라인도 동반상승하니 웬만한 4인가구 만점 가점으로도 당첨이 요원해졌다.
부동산 정보업체 리얼투데이가 한국감정원 청약홈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서울 1순위 아파트 청약 평균 경쟁률은 71.0대 1로 지난해 경쟁률(31.6대1)보다 2.2배 급증했다. 경쟁률이 100대1을 넘는 사업장은 2019년 6곳이었지만 올해에는 이미 14곳으로 2배 넘게 뛰었다. 한국감정원 청약홈에 따르면 과천 지식정보단지 3개 아파트(S1·S4·S5블록) 청약 당첨자 평균 가점은 모두 70점을 넘겼다. 이는 4인가구가 받을 수 있는 최대 가점(69점)보다 높은 수치다.
이 와중에 서울 전셋값은 73주 연속 상승하며 세입자 부담만 가중되고 있다. 서울 강동구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 전용 84㎡는 10월 8억9000만원 전세계약을 체결했는데 이는 지난 7월 7억8000만원에 비해 1억원 넘게 오른 값이다. 학군 밀집지인 목동신시가지14단지 전용 108㎡의 경우 7억원 수준이던 전세금이 지난 9일 9억5000만원에 거래되면서 3개월새 2억원 넘게 오르기도 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지난 19일 전세대책으로 다가구·상가·호텔 공실을 활용해 전세 물량을 공급하겠다고 밝혔으나 서울 아파트 공급은 3500여가구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원룸에 취사가 불가능한 호텔을 개조해 전셋집으로 내
누리꾼들은 '벼락거지'란 표현을 두고 "비유가 찰떡이라 소름돋는다"며 "열심히 살았는데 왜 이렇게 억울했는지 알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축복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