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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은 총 13조원에 달하는 투자금 중 단 476억원(0.3%)만 초기기업에 투자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받은 증권사 3곳 모두 올해 중소기업 투자 비중을 줄이고 중견·대기업 투자에 집중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초대형 IB 발행어음 조달 및 투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을 통해 마련한 6조7113억원 중 스타트업·벤처기업에 투자한 금액은 195억원(0.3%)에 불과했다. KB증권은 올해 스타트업과 벤처 투자가 각각 160억원과 36억원으로 투자 비중이 0.6%와 0.1%에 그쳤다.
NH투자증권의 경우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3조8046억원 중 스타트업에 40억원(0.1%), 벤처기업에 45억원(0.1%) 투자했다.
정부는 혁신 모험자본 투자를 늘리기 위해 그간 은행에만 허용하던 어음 발행을 증권사에도 허용했다. 현재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초대형 투자은행(IB) 증권사 중 발행어음 인가를 받은 곳은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3곳으로 이들 증권사는 자기자본의 200%까지 1년짜리 단기어음을 발행해 기업 투자에 나설 수 있다. 발행어음 자금의 50% 이상은 기업에 투자해야 하며, 부동산금융에 20%까지 투자가 가능하다. 2018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발행어음 사업은 올해 8월 기준으로 약 13조원이 투자된 것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정부가 벤처기업과 코스닥 활성화를 위한 마중물로 생각한 발행어음 자금이 중견·대기업에만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투자증권이 중소기업에 투자한 금액은 지난해 말 기준 1조8003억원에서 올해 8월까지 1조2682억원으로 되레 줄었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 투자 비중도 30.2%에서 18.9%로 확 줄었다. 반면 중견기업과 대기업 투자 금액은 지난해 4조1473억원에서 올해 5조4236억원으로 증가했다.
NH투자증권은 상대적으로 중소기업 투자 비중이 높았지만 중기 비중이 줄어든 것은 마찬가지다. 중기 전체 투자액은 지난해 1조6160억원에서 1조7250억원으로 소폭 상승했지만 전체 투자 비중은 55.6%에서 45.1%로 줄었다. NH투자증권은 타사와 달리 7429억원을 해외에 투자했으며, 이는 최근 각광받고 있는 인프라 성격의 대체투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성 의원은 "기존 자본도 신생기업에 대한 투자가 미미한데 현 정부가 조성하려는 뉴딜펀드가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대형 증권사의 무관심과 금융당국의 방관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증권사들은 단기어음의 특성상 장기 투자가 필요한 벤처 투자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1년짜리 어음 사업으로는 장기 투자가 필요한 벤처에 투자하기 힘들고, 고객 수익률을 감안해 손실을 방어해야 하는 점 등으로 중소기업 투자를 무턱
한 당국 관계자는 "벤처나 마찬가지로 중장기 계획이 필요한 부동산 투자를 대형 증권사들이 단행하는 점을 고려하면 결국 의지의 문제로 볼 수 있다"며 "대기업이나 부동산에만 투자해 안정적인 수익률만 가져가라고 증권사에 발행어음 사업을 내준 게 아니다"고 말했다.
[진영태 기자 /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