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11월 17일(15:12)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소수 지분을 매물로 내놓은 올리브영을 두고 인수 후보 사이에서 눈치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원매자가 제시할 조건이 거래의 향방을 결정짓게 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주주간 계약으로 안정적인 구조를 짜기 어려워 고심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CJ올리브영은 최근 적격인수후보군(숏리스트)에 선정된 기업을 대상으로 경영자 프레젠테이션(MP·Management Presentation)을 실시했다. MP는 현 경영자가 회사의 사업 현황, 재무상태, 향후 성장 방안 등을 인수 희망자에게 설명하는 자리다.
앞서 지난달 말 CJ올리브영은 상장전지분투자(프리IPO) 숏리스트로 글랜우드PE, 스틱인베스트먼트, IMM프라이빗에쿼티, JKL파트너스를 선정했다. 일반 대기업 중에선 현대백화점그룹 한 곳만이 적격후보군에 포함됐다. CJ올리브영은 오는 2022년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거래 대상은 CJ올리브영 지분 일부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아들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17.97%), 이 회장의 동생 이재환 CJ파워캐스트 대표(10.03%) 등의 지분이 논의되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와 신한금융투자가 매각 실무를 맡았다. 시장에선 이번 거래 과정에서 신주 발행이 병행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올리브영 사업 모델을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바꾸려면 신규 자금이 필요해서다.
시장 관계자는 "우선적인 거래 대상은 지주사와 이재현 회장 자녀보다는 형제 지분일 것"이라며 "재무적투자자(FI)로 합류한 곳에게 재량권이 얼마나 주어질 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CJ올리브영은 숏리스트 측에 '구체적인 조건 없이 다양한 제안을 모두 환영한다'는 의사를 건넸다. 오너 구주 매출이 거래의 핵심인 만큼, 투자자 입장에서 매력적인 구조를 직접 고안하라는 얘기다. 원매자들은 이같은 제안을 받은 뒤 고심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오너 일가와 직접 협상하는 만큼 주주간 계약을 투자자에게 우호적으로 가져가기 어려워서다. 평소에 비해 인수 후보군들이 인수금융 주선사를 만나는 데 소극적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염두에 둔 투자 조건이 노출될 경우 이번 거래에 주도권을 쥐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른 시장 관계자는 "투자자 입장에서 보장되는 게 아무것도 없다보니 조금 망설여지는 딜"이라며 "향후 성장 청사진이 뚜렷치 않은 점도 아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CJ올리브영은 지난해 11월 CJ올리브네트웍스에서 물적분할됐다. 헬스앤뷰티(H&B) 시장에서 GS의 랄라블라, 롯데의 롭스를 제치고 시장 1위 지위를 유지해 왔다. 점유율은 약 50%며, 점포수는 1250개(2019년도 기준)에 달한다. 전년도 회사의 매출액은 3659억원, 영업이익은 166억원, 당기순이익은 74억6600만원이었다. 잠재 후보군들이 평가하는 CJ올리브영의 기업가치(지분 100%)는 약 1조5000억원 수준이다. 거래
또 다른 시장 관계자는 "경영권 없는 소수 지분이라 그로쓰캐피탈 앵글로 투자해야 하는데, 그러기엔 매각 측 요구 가격이 조금 높은 것 같다"며 "기업공개(IPO) 시 어느 정도의 밸류로 입성할 수 있을 지 살펴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강우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