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환시장 긴급점검 / 美 바이든 시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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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상당수 수출기업이 올해 경영 목표 달성이 물 건너간 상황에서 원화 강세로 인해 연말 달러당 원화값이 1100원 선 위로 오르면 결산을 위한 회계기준 환율이 심각한 타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발 경기 회복 기대감은 '법'마냥 멀리 있다면 원화 강세는 '주먹'처럼 눈앞에 닥친 현실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기업별로 실적 결산을 앞두고 부진한 실적 끌어올리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화 강세는 막판 치명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국내 수출기업 중 많은 곳은 올해 실적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이같이 하향 조정한 전망치도 못 메울 외생 변수가 추가되며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자동차 업계와 조선 업계 등 이른바 '중후장대' 기업은 위안화 강세를 용인하는 중국과 달러화 약세 유도 가능성이 높은 미국, 이른바 G2발 원고 현상에 대한 위기감이 상당하다.
업종별로는 매년 250만대 차량을 수출하는 자동차 산업에 미치는 충격이 상대적으로 크다. 해외 판매 비중이 80% 이상인 현대·기아자동차는 달러당 원화값이 10원 오르면 매출액이 약 2000억원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수출 실적 중 미국향 물량 비중이 30%에 달하는 데다 거래대금 대부분이 달러화로 결제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3분기 현대차는 원화값 강세 여파로 매출액이 3190억원 줄었고, 기아차 또한 영업이익이 150억원 감소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결제 비율이 높은 달러를 줄이고 유로화와 기타 통화를 점차 늘리며 해외 공장 생산 확대를 통한 현지화 전략 등을 실시하고 있다"면서 "환율 부분이 경상적인 부분을 흔들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리와 볼륨 신차 출시 등을 통해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노사 갈등과 자금난 등 대내외 악재를 겪고 있는 한국GM과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마이너 3사'도 원화값 강세에 고심하고 있다. 한국GM은 생산 물량 10대 중 7대를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수출하고 있고, 르노삼성과 쌍용차의 수출 판매 비중도 15%를 넘어선다.
최근 2~3년간 수주 가뭄에 고전했던 조선 업계 역시 뒤숭숭한 분위기다. 한 조선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 전반적으로 한중 간 경쟁이 치열해 달러 대비 원화 강세에 따른 부정적 여파를 상쇄하고 향후 선가가 오르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수출기업으로서는 영업이익 감소 요인인 원화 강세를 좋아할 리가 없지 않냐"고 반문했다.
달러 결제 비중이 높은 정유 업계 역시 고민이 많다. 원유 가공을 통한 제품 수출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원화 강세에 따른 영향이 없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 정유 업체 관계자는 "달러당 1150원 선을 기준으로 급격한 환율 출렁거림이 없을수록 사정이 나은 편"이라며 "원화가 급격한 강세를 보이면 외화 기준 손익을 원화로 환산했을 때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어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글로벌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고 있고 '아메리카 퍼스트'로 대변되는 미국 우선주의 기조는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취임 이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기업이 생산기지를 미국 등 해외로 옮기는 이른바 '오프쇼어링' 현상이 가속화할 것이란 뜻이다. 원고 현상이 지속되면 국내 기업의 손익 계산서는
이 같은 상황에서 공정경제3법,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노조법 개정 등 사측에 불리한 규제가 추가되면서 기업의 해외 탈출 요인이 커지고 있다. 이는 국내 고용 창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재계 측 견해다.
[박윤구 기자 / 박재영 기자 / 최근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