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경매시장에서 주거시설 부문이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얼마 전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법원 휴정이 이어졌지만 9월부터 주거시설 경매 진행건수와 낙찰건수 증가에 주거시설 비중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 아파트는 월별 기준 역대 최고 낙찰가율을 기록하며 자금과 투자자들을 빨아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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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 = 지지옥션] |
경매시장에서 주거시설과 비주거시설(업무상업·토지·공업시설)의 구분은 날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10월 전국 주거시설의 진행건수는 6598건으로 전체의 46.8%를 차지했다. 지난해 10월 기록한 47%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낙찰건수 비중도 47.1%를 기록해 10월에 낙찰된 경매 부동산 중 절반이 주거시설에 집중되기도 했다.
투자자 쏠림 현상은 더 심하다. 10월 경매시장에 입찰서를 제출한 응찰자 수는 총 1만6992명으로 이 중 60%인 1만151명이 주거시설에 응찰했다. 올해 들어 주거시설의 월별 응찰자 수 비중은 7~8월을 제외하고는 모두 60%를 넘었다.
서울 아파트는 월별 진행건수가 채 60건도 안되는 품귀현상 속에서 시세 상승과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부분이 부각되며 귀한 몸이 됐다. 10월 서울 아파트 진행건수는 59건으로 7월부터 4개월 연속 60건을 밑돌고 있다. 물건은 부족한 반면 투자자 관심도가 높다 보니 낙찰률은 역대 최장인 4개월 연속 70%를 웃돌고 있으며, 10월 낙찰가율은 111.8%로 집계가 시작된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10월에 낙찰된 서울 아파트 44건의 낙찰가 총액(448억원)은 주거시설 전체(2255건) 낙찰가 총액(4309억원)의 10%를 넘긴 것으로도 집계됐다.
반면 업무상업시설의 10월 낙찰률은 25.3%로 전월 대비 2개월 연속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응찰자 수 비중은 9.4%, 낙찰가 비중은 18.2%에 그쳐 주거시설과는 대조적인 모습을 연출했다.
지지옥션 관계자는 "9월에 코로나로 인한 충격을 상당 부분 회복한 주거시설은 10월에도 타 용도 대비 견조한 흐름세를 유지했다"며 "업무상업시설은 9월에 이어 여전히 경매시장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10월 최고 낙찰가 물건은 울산시 남구 여천동 소재 공장(2만4908㎡)으로 감정가(2815억5363만원)의 8%인 235억원에 낙찰됐다. 이 공장은 여천국가산업단지 내에 위치한 태양광 관련 업체의 소유로 현재까지 울산 지역에서 나온 공장경매 물건 중 가장 높은 감정가를 기록했다. 과거 한 대기업이 미국 업체와 합작으로 설립한 이 업체는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에 어려움을 겪다 대기업의 지분 상당 부분이 미국 업체로 매각된 바 있다. 그 후 그룹간 빅딜에 의해 지금의 그룹 소속으로 편입됐으나 여전히 태양광 경기가 회복기미를 보이지 못하면서 경매에 나왔다.
10월 최다 응찰자 수 물건은 부산시 해운대구 우동 소재 아파트(85㎡)로 무려 80명이 응찰에 참여해 감정가(4억4400만원)의 2배에 가까운 8억6360만원에 낙찰됐다. 이 물건의 감정시점은 정확히 1년
20개동 1680가구 대단지 아파트로 접근성도 좋고 주변에 생활편의시설과 관공서, 문화체육시설 등이 잘 갖춰져 있다. 감정가도 저렴해 경매에 나오자마자 주인이 바뀌었다.
[이미연 기자 enero20@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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