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글로벌 컨설팅 기업 베인앤드컴퍼니 등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글로벌 M&A 거래 규모는 1조6190억달러(약 1843조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2조4130억달러(약 2744조원)에 비해 33% 줄었다. 거래 감소 규모가 900조원에 달한다. 누적 거래 건수 역시 총 1만9997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 2만2731건보다 12%가량 줄었다. 3분기 들어 시장 분위기가 완연한 회복세로 접어들고 있으나 여전히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충격에서 벗어났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반해 국내 M&A 시장은 완연히 개선되는 분위기다. 매일경제 레이더M 집계에 따르면 올 3분기까지 국내 기업 관련 경영권 인수 거래 규모는 본계약 체결 기준 20조821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9조6559억원에 비해 소폭 증가한 수치다. 특히 3분기만 놓고 보면 증가세가 눈에 띈다. 올 3분기 거래 규모는 7조86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조3033억원에 비해 64%가량 증가했다.
오는 18일 서울 호텔신라에서 매일경제와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가 공동으로 개최하는 글로벌 대체투자 콘퍼런스(GAII 2020)에 패널로 나서는 최원표 베인앤드컴퍼니 글로벌디렉터는 "매수자와 매도자 간 시각 차이,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이 향후 국내 M&A 시장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구조조정성 매물을 앞세운 대기업들이 시장의 주요 매도자(셀러)로 등장한 가운데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을 등에 업고 연기금·공제회 등 큰손으로부터 조 단위 자금을 모은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들이 주요 매수자(바이어)로 적극 나서며 거래를 주도하는 모양새다.
국내 대형 PEF 운용사인 한앤컴퍼니(한앤코)가 지난 8월 대한항공 기내식·면세점 사업부를 9906억원에 인수하며 시장 분위기를 반전시켰고, 두산그룹이 잇달아 내놓은 핵심 계열사도 새 주인을 만나면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두산그룹은 지난 9월 두산솔루스 지분 53%를 스카이레이크에 6986억원에 매각한 데 이어 현금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두산그룹은 모트롤BG도 4530억원에 매각했으며, 두산인프라코어 M&A에도 다수 원매자를 맞이하며 흥행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시장 개선 분위기가 계속 이어질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3분기 이후 국내 M&A 시장에 온기가 돌기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기업 실적 불확실성이 높아진 반면 풍부한 시장 유동성에 따라 높은 가격을 고수하는 매도자와 싸게 인수하려는 매수자 간 눈높이 차이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특히 주식시장이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것도 기업 M&A 성사 가능성을 낮출 수 있는 요인이다. 매도자는 주식시장에서 기업 가치가 높게 평가받고 있는 상황에서 주가 대비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팔 이유가 없다. 반면 기업 실적을 기반으로 인수가격을 산정하는 매수자로서는 이 같은 시장 가격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다만 시중에 자금이 넘쳐나는 가운데 '+α' 수익률을 노리는 기관투자가들의 자금이 경영참여형 PEF를 통해 기업 M&A로 몰려들고 있다는 점은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주요인이다. 물론 기업 고평가 논란 속에서도 드라이파우더(남아 있는 펀드 자금) 소진에 혈안이 돼 있다 보니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높은 가격에 사들이며 자칫 가격 상승 분위기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원표 디렉터는 "전 세계적으로 볼 때 정해진 시간 안에 나가야 할 대기 자금 규모가 2조6000억달러에 달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2배나 많다"고 덧붙였다.
한편 매일경제신문
[강두순 기자 / 박창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