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 같은 논란을 거친 후 부동산거래분석원은 당초 예상대로 대출계좌 정보·세금 납부 내역 등 민감한 정보를 조회할 수 있는 빅브러더급 감독기구로 설계됐다. 특히 정부는 부동산거래분석원 근거법을 만들면서 거래 상담·시세 제공·매매에 관여하는 종사자들을 신고제를 통해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수단도 쥐여줬다.
아울러 같은 법안에 '전자계약 시스템' 의무화 내용도 포함시켰는데 강남지역에 적용되면 부동산거래분석원이 실시간으로 거래 정보를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진다. 금융시장을 총괄 감독하는 금융감독원 못지않게 부동산시장 감독기구로서 막강한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정부안이지만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대표 발의가 임박한 '부동산 거래 및 부동산 서비스산업에 관한 법률안'에 따르면 국토부 소속 기구인 부동산거래분석원은 부동산 이상 거래 신고 등을 받은 사항 중 부동산 관련 법 위반에 대한 분석과 신고 내용을 조사할 수 있다. 부동산거래분석원은 부동산 거래질서 교란행위 신고센터를 운영하며 이상 거래 행위에 대한 신고를 접수하고 이에 대해 조사할 수 있게 된다. 신고자는 해당 지자체 예산 범위에서 포상금도 지급받게 된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상호 감시할 수 있도록 하는 유인인 셈이다.
신고가 접수되면 부동산거래분석원장은 신고 내용을 조사하기 위해 사업자 등록 정보와 과세 정보 제공 등을 관계 행정기관장에게 요청할 수 있다. 또 금융거래 정보와 신용정보 제공도 금융회사 등에 요청할 수 있다. 은행에 대출 계좌 정보를 요구할 수 있고 국세청 세금 납부 내역 조회 권한도 주어진다는 얘기다.
아울러 신고 사안 등에 대한 부동산 거래 관련 형사사건 수사 탈루 조사와 조세 체납자 징수, 금융감독 등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해당 조사 결과를 행정안전부 장관, 경찰청장, 국세청장, 금융위원회 또는 금융감독원장에게 제공할 수 있게 했다. 관계 기관장에게 신고사항에 대한 조사·조치를 요구할 수도 있다.
다만 일각에서 예상했던 계좌추적권(모든 실거래 금융 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권한)은 부동산거래분석원 권한에서 빠졌다. 개인정보 침해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한 목적인 것으로 보인다. 조직 규모는 당초 거론되던 2000명보다 많이 축소된 100명 안팎으로 예상된다.
진 의원이 대표발의할 법안 내용에 눈에 띄는 또 한 가지 내용은 '전자계약 시스템' 의무화다. 부동산 전자계약은 종이나 인감 없이도 온라인 서명으로 부동산 매매·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 서류를 공인된 문서보관센터에 보관하는 시스템이다. 정부가 4년 전 도입했지만 부동산 거래 당사자들의 세원 노출과 개인정보 유출 우려도 제기되면서 이용 실적은 미미한 수준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2년 전 국정감사 때 "투기과열지구에 대한 부동산 전자계약 의무화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진 의원과 정부가 마련한 법안에 포함된 전자계약 의무화 내용은 이런 김 장관 의지를 반영해 장기적으로 부동산거래분석원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조치다. 1차적으로 공공주택 사업자를 비롯해 민간 임대주택 사업자의 주택 분양과 임대 정보를 전자계약에 등록시킨 후 주택전매가 제한되거나 토지거래허가구역에 있는 지역 등 정부가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곳에 대해서도 전자계약을 의무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정부가 실시간으로 매매·전세가격 등락을 비롯해 과열 조짐이 나타나는 지역의 주택 거래와 시세조종이 의심되는 거래 등을 손바닥처럼 훤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부동산시장 교란행위에 대한 제재도 강화된다. 진 의원 법안에 따르면 △부동산 매매업자가 거짓 또는 과장된 정보로
[이지용 기자 / 윤지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