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닉 바잉(공포에 질린 매수)'으로 주택시장이 펄펄 끓더니 이번엔 '로또 청약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 지난 2~3일 경기도 과천 지식정보타운 3개 단지 청약에는 특별공급에 9만1441명, 1순위에 48만명이 신청하며 총 57만명이 몰렸다. 가장 인기 있는 평형은 무려 521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 3~4일 청약을 받은 경기도 하남시 감일지구도 특별공급(3만명)과 일반공급(11만명)을 합쳐 14만명이 몰렸다.
이처럼 청약광풍이 분 것은 당첨될 경우 시세 차익이 최대 1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때문이다. 이들 단지는 대규모 택지개발지구에서 공급하는 민영주택으로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됨에 따라 과천의 경우 평균 분양가가 3.3㎡당 2400만원 내외로 책정됐다. 전용면적 84㎡ 기준 분양가는 8억원 선으로, 최근 입주단지인 '과천푸르지오써밋' (전용 84㎡)가 지난 9월 19억3000만원에 매매된 것을 감안하면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막대한 시세차익을 챙길 수 있다보니 '일단 넣고 보자'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특히 추첨제 물량이 나오는 85㎡ 초과 평형에서는 네 자릿수 경쟁률이 대거 나왔다.
10억 짜리 '로또 청약'은 분양가상한제의 그림자다. 정부는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며 지난 7월 29일부터 민간택지에서 분양되는 물량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실시했다. 택지와 건축비용에 적정이윤만을 보내 분양가를 낮추는 방식이다. 아파트 고분양가가 집값을 끌어올린다고 보고 분양가 통제에 나선 것인데 시장을 안정시키는 효과를 내기보다 '로또 청약'이라는 광풍만 불러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분양가가 낮은 아파트가 나오면 주변 아파트도 안정될 것이라는 정부의 전망과 달리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아파트가 주변시세 만큼 뛰어오르거나 새 아파트 프리미엄으로 더 치고 올라가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결국 당첨된 소수만 막대한 시세차익을 독식하게 된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정작
분양가상한제가 실효성도 없이 젊은 세대들의 '한탕 심리'를 부추기고 청약과열을 유발하고 있는데도 정부는 아무 말이 없다.
[심윤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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