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열린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공청회'에서 국토연구원은 "대만은 공시가 현실화율 90%를 목표로 2005년부터 현실화율을 높이기 시작했다"며 "이로 인해 2005년 68.3%에 그치던 대만의 공시가 현실화율은 2017년 90.7%로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의 공시가 현실화율을 90%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함을 강조하기 위한 사례였다.
하지만 매일경제신문이 2일 입수한 한국지방세연구원의 '대만의 공적 지가 제도' 보고서에 따르면 국토연구원의 이 같은 주장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매경이 확보한 보고서에 따르면 대만은 우리나라의 공시가와 유사한 개념으로 '공고지가(公告地價)'와 '공고현가(公告現價)'라는 두 가지 기준을 사용한다.
두 가지 기준 가운데 대만에서 부동산 보유세를 계산할 때 사용하는 기준은 공고지가다. 우리나라에서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를 계산할 때 공시가를 사용한다. 따라서 올바른 비교를 위해선 대만의 공고지가와 한국의 공시가를 비교하는 게 맞는다.
지방세연구원 보고서는 "대만의 공고지가 현실화율이 2004년 17.35%였으며 중간중간 오르내림이 있었지만 2020년에도 19.79%에 머물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공시가 현실화율은 아파트의 경우 가격대에 따라 68.1~75.3%에 달한다. 대만의 공고지가보다 3~4배나 높다.
반면 국토연구원이 공청회에서 현실화율이 90%를 넘는다고 언급한 대만의 기준은 공고현가다. 공고현가는 대만에서 양도소득세를 계산할 때 사용된다. 우리나라는 양도소득세를 계산할 때 실거래가를 사용한다. 따라서 대만의 공고현가는 한국의 실거래가와 비교하는 게 정확하다. 2020년 대만의 공고현가는 91.94%지만 우리나라의 실거래가는 현실화율을 굳이 따지자면 100%다. 양도소득세 기준 역시 한국이 대만보다 높은 셈이다.
국토연구원도 "대만의 재산세 기준이 공고지가란 사실은 알고 있었다"고 인정했다. 연구원 관계자는 "하지만 지난 공청회는 한국의 공시가를 어떻게 실거래가와 비슷한 수준까지 높일 것인지 논의하는 자리였기 때문에 대만의 보유세 기준과 비교할지, 양도세 기준과 비교할지는 중요치 않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국토연구원이 공청회 당일 배포한 자료만 봐도 이 같은 해명은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연구원은 자료를 통해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추진 여건'을 설명하면서 '공시가격은 조세·건강보험료·부담금 등 다양한 행정 목적에 활용되는 만큼 합리적 가치 반영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또 공시가격이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상속과 증여세, 건강보험료 등 조세와 준조세의 활용기준으로 사용된다'는 내용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공시가는 보유세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현실화율을 높여야 한다고 밝힌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토연구원이 대만의 현실화율을 부풀려 발표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으로 당정의
한 전문가는 "전문가들이 대만 공시현가를 우리나라 공시가와 비교하는 건 무리라는 의견을 로드맵 발표 전 국토연구원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당정이 원하는 대로 공시가 현실화율 90%가 보편적인 기준인 것처럼 보여줘야 하다 보니 엉뚱한 기준을 끌어 쓴 것 같다"고 말했다.
[김동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