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은행의 신용대출이 지난달 2조원 넘게 증가하고 증가폭은 전달보다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이 대출 조이기에 나섰지만 효과는 미진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가계대출 급증세는 지난달 한풀 꺾여서 정부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
1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29일 기준 신용대출 증가액은 2조340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8월의 4조705억원보다는 42.5% 줄어든 수치지만 9월의 2조1121억원보다는 10.8% 늘어난 수치다.
은행들의 대출 속도 조절로 지난 9월의 신용대출 증가세가 주춤한 듯했으나 그 효과가 10월까지 이어지지 못한 것이다. 은행권은 신용대출의 상당 부분이 주택 관련 자금 수요이고 주식투자 수요도 일정 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신용대출 증가세가 8월에 정점을 찍은 이후 어느 정도 진정 기미로 접어들었으며, 연말까지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은행권의 예상이다. 은행권이 신용대출 취급 기준을 강화한 데다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은행들이 연간 건전성 지표 관리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면 은행의 가계대출 급증세는 지난달 한풀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5대 은행의 지난달 29일 가계대출 잔액은 656조1101억원으로 9월 말(649조8909억원)보다 6조2192억원 늘었다. 이는 9월 증가폭인 6조5757억원과 비교할 때 5.4% 줄어든 수준이다. 사상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던 8월의 8조4098억원과 비교하면 26%나 줄었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과 '빚투(대출로 투자)' 열풍 등으로 빠르게 불어나던 가계대출 급증세가 이처럼 주춤해진 것은 주택 거래 급감으로 주택담보대출이 이전보다 크게 줄어든 영향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3조6082억원으로 8월(4조1606억원)과 9월(4조4419억원)의 증가폭보다 크게 줄었다.
실제 서울부동산정보광장 부동산매매 통계를 보면 서울 아파트 거래건수는 6월 1만5000여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7월 1만640건, 8월 4989건, 9월 3754건으로 매달 수치가 급감하고 있다. 10월의 경우 2063건에 그쳤다.
지난달 가계대출 급증세가 주춤해지자 금융당국은 DSR 규제강화를 두고 신중한 입장을 취하게 됐다. 코로나19 위기 속에 DSR 규제를 전면 강화할 경우 일반 서민에게 피해가 갈 수 있어 가계대출 추이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것이 금융위원회 입장이었다.
DSR이란 한 해 갚아야 할 대출 원리금이 연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DSR은 주택담보대출 뿐 아니라 신용
정부 관계자는 DSR 규제 방안을 두고 "정부 안에서도 상반된 시각이 있어서 당장 의견일치를 이루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가계대출 증가 추이 등을 보며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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