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정치는 경제를 살리는 것이 아니라 경제 위기를 확대·재생산하는 정치입니다. 위기를 인정하고 '창조적 파괴를 기반으로 하는 포용 성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민간·경제 금융전문가 모임인 민간금융위원회에서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부 특임교수의 출판 기념 강연이 진행됐다. 고려대 총장을 지낸 이 교수는 최근 한국 경제가 위기를 극복할 방향을 제시하는 '정치가 망친 경제 경제로 살릴 나라'라는 책을 출간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 경제가 '적자' 상태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산업구조가 부실하고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고용이 불안해 내수가 침체되고 성장 동력도 꺼지고 있다"며 "현재 정부·기업·가계 등 3대 경제 주체가 동시에 적자"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경제 위기를 불러오는 원인으로 '정치'를 꼽았다. 그는 "우리나라 선거는 정치전쟁"이라며 "집권을 하기 위해 국민을 분열시키고 표를 나눈다"고 지적했다. 권력을 잡은 정권은 인사와 이권을 독점해 사회를 분열시키고, 포퓰리즘 정책 등으로 경제 위기를 불러온다는 것이다. 여기에 불리한 대외적인 여건도 작용한다. 이 교수는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와 중국의 중화주의 부흥이 충돌하면서 미·중 무역전쟁이 시작됐다"며 "우리나라는 이 무역전쟁의 포로로 전락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경제를 위기에 빠지기 직전 단계로 진단했다. 그는 "무역 적자로 외국 자본이 빠져나가면 기업과 금융시장이 무너진다"며 "이런 구조적 결함 상태에서 코로나19로 '퍼펙트 스톰'을 맞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의 소득주도성장과 한국판 뉴딜 정책에도 쓴소리를 내놨다. 이 교수는 "정부가 재정 지출을 확대하는 정책을 '마중물 정책'이라고 하는데 현재는 물을 퍼 올리는 펌프가 고장난 상황"이라며 "뉴딜 정책 역시 자본과 시장이 움직여서 바뀌어야지 정부가 시장을 무시하고 바꾸는 것은 또 다른 소득주도성장"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경제 위기를 풀어가려는 해법으로 정치·기업·금융·노사·규제·교육·언론 등 7가지 분야 개혁을 제시했다. 그는 "정치는 국민과 기업을 일으키는 정책을 펴고 부실 기업을 정리해 산업 생태계를 바꿔야 한다"며 "
이 날 정치권력이 '논공행상'을 피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준행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문가가 공직에 가는 것은 괜찮지만 논공행상을 피할 방법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새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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