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시가, 시세의 90%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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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연구원은 27일 서울 양재동 한국감정원 수도권 본부에서 공시가격 현실화율 제고 로드맵을 발표했다. 현재 아파트는 69.0%, 단독주택은 53.6%에 그치는 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을 90%로 높이는 방안이 유력하다.
문제는 공시가격이 시세의 90%에 도달할 때까지 걸리는 속도다. 정부는 주택 가격을 세분화해 고가 주택은 90%에 도달하는 속도를 빠르게 하고, 중저가 주택은 속도를 늦추는 방안을 택했다. 아파트를 기준으로 공시가율 90%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기간 15억원 이상이 5년, 9억원 미만은 10년이다. 평균 상승 폭도 15억원 이상 아파트는 연 2.94%포인트인 반면 9억원 미만 아파트는 연 2.19%포인트로 차이가 난다.
단독주택도 15억원 이상은 7년, 9억원 미만은 15년 후에 공시가율이 90%에 도달하도록 했다. 해당 기간에 15억원 이상 주택은 현실화율이 연간 4.5%포인트씩 급등하지만 9억원 미만은 3년간 1%포인트대로 소폭 오르다 이후 3%포인트씩 오르는 수준이다.
공시가 현실화율이 급격히 높아지면 보유세만 오르는 게 아니라 건강보험료 등이 같이 오른다.
실제로 강남 잠실주공5단지 전용 82㎡(시세 20억원)에 살고 있는 1주택자의 보유세는 2025년에 2123만원까지 올라가게 된다. 반면 올해 초 시세가 4억원대 중반 정도인 노원구 중계무지개 전용 59㎡ 소유주는 보유세가 올해 45만원에서 2025년 73만원으로 늘어난다. 두 아파트는 시세 차이가 약 4배지만, 보유세는 30배가량 차이가 나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주택은 가격에 따라 세율도 다르기 때문에 (이 같은 방식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동일한 기간에 현실화율 90%를 달성하도록 할 경우 현재 현실화율이 낮은 중저가 주택 보유자의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기 때문이란 설명도 덧붙였다.
하지만 당장 세금 폭탄을 맞게 된 고가 주택 보유자들은 이번 정책을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국토부가 임의로 설정한 '9억원 미만' '9억~15억원 미만' '15억원 이상'이라는 3개 구간에서 9억원 미만에만 현실화율을 1%대만 높이는 혜택을 줬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가 민심을 달래기 위해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저가 아파트에 대한 현실화율 제고에선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고가 아파트만 규제 타깃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강남에 주택을 보유한 60대 A씨는 "중저가 주택 보유자 부담은 급격히 늘어나면 안 되고 고가 주택 보유자 부담은 급격히 늘어나도 된다는 법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결국 공시가율을 높인 다음 부자들에게서 세금을 더 거두겠다는 정책"이라며 "사실상 국회를 패싱하고 행정부 마음대로 특정 계층만 세금을 더 내도록 만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동은 기자 / 나현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