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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값은 장중 1130원까지 오르는 강세를 보였다. 당분간 원화 강세·달러 약세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자 우상향하는 뉴욕증시의 인기 주식을 평소보다 싸게 사들일 수 있는 '할인 기회'로 여기는 반응과 미 주식 보유가치의 하락이 우려된다는 시각이 혼재하고 있다.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의회 동시 선거를 전후해 연말 뉴욕증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과 함께 주식 투자 환차손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적극적인 매수 공세를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8월 주춤하는 듯했던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매수세가 지난달부터 다시 빠르게 늘어났다. 9월 매수 결제 금액은 127억9985만달러(약 14조5905억원)로 8월보다 43.59% 늘어났고, 매수 건수는 24만4737건으로 2.14% 늘었다. 지난 19일까지를 기준으로 할 때 이달 매수 결제 금액은 42억949만달러, 건수는 14만994건이다. 9월 들어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1180원대에서 1150원대, 이달 들어 다시 1140원대로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매수세는 꺾이지 않는 모양새다.
미국 주식 매수 행렬이 이어지는 이유는 '우상향'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최근 한 달간 거래 마감 가격을 기준으로 국내 투자자 매수 인기 종목을 분석해본 결과 실제로 환율 손실보다는 해당 종목 수익률이 더 컸다.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19일까지를 보면 애플 주식 상승률은 5.36%, 아마존은 8.33%, 엔비디아는 7.83%, 프로셰어스 울트라프로 QQQ 상장지수펀드(ETF)는 11.54%였다. 투자자들의 환전·주식 거래 수수료와 세금을 제외한 비교다. 다만 같은 기간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1.38% 올라 그만큼 환차손이 발생한 것을 감안하더라도 수익률이 적지 않았던 셈이다. 한국 증시의 '대장주'로 꼽히는 삼성전자 주식이 해당 기간 1.35% 올랐던 점을 감안하면 환차손 등을 포함해도 뉴욕증시의 '대장주' 애플·아마존 주식을 사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이 들 수 있다.
올해 글로벌 증시에서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 주식 사들이기에 집중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매수 금액을 기준으로 2018년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구매액은 일본·중국·홍콩 증시 주식 구매액을 합친 것의 2.73배였다. 이후 2019년에는 3.93배로 늘었고 올해 1~10월 19일 기준 8.53배에 달한다.
오는 11월 미국 선거를 전후한 정치적 혼란과 이에 따른 뉴욕증시 불확실성 확산, 겨울철 '트윈데믹'(코로나19와 독감 동시 유행) 리스크를 감안할 때 당장 달러 저가 매수에 나서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이달 투자자 메모를 통해 달러화 가치가 2018년 저점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달러화 지수는 올해 들어 3% 빠진 상황이다. 2018년 ICE 달러화 지수는 최저 89.00까지 내려갔는데 19일 기준 해당 지수는 93.43이다. 골드만삭스 전망대로라면 달러화 가치가 앞으로 5% 가까이 추가 하락할 수 있다. 골드만삭스는 오는 11월 3일 선거에서 민주당이 연방 상·하원 모두 다수석을 점하는 블루웨이브에 성공하고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가 승리한 후 코로나19 백신도 출시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면서 이런 경우 달러 가치 추가 하락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을 내고 있다. 달러화 가치가
미국 주식이 높은 수익률을 항상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국내 투자자 매수 1위 인기 종목인 테슬라의 경우 최근 한 달 새 주가가 4.31% 내려갔다. 환차손을 감안하면 단기적으로 원화 환산 손실률이 더 커질 수 있다.
[김인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