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 부동산 매각 러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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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은 진천군에 연간 10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전국 최대 규모 연수원을 짓기로 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비용 부담이 커져 기존 사업 계획을 고수하기가 어려워졌다. 특히 비대면 온라인 교육이 많아지면서 대규모 오프라인 교육시설 활용도가 뚝 떨어진 것도 결정타로 작용했다.
은행 내부에서는 "코로나19 와중에 지방 부동산이 팔릴 때 팔아서 현금화라도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와 진천연수원 용지 매각이 최근 탄력을 받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500억원 가치 용지 매각에 성공하면 일회성 순이익이 곧바로 잡혀 어느 정도 실적을 방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NH농협은행은 최근 숙원 사업을 해결했다. 전주시 인후동 소재 지하 1층~지상 5층 규모 전북영업본부 건물을 딸린 토지와 함께 115억원에 팔았다. 매각 계획은 2017년 4월에 세웠지만 실제 매각은 지난달 말에야 이뤄졌다. 이 은행은 서울디지털지점도 23억원에 매물로 내놨고 애오개역지점, 이문로지점, 돌곶이역지점 등 서울시내 점포들을 최대 60억여 원에 달하는 처분 가격에 내놓기도 했다. 올 하반기 중에는 대구영업본부를 추가로 처분할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주요 은행 중 가장 빠르고 과감하게 부동산을 줄여 은행 '슬림화'에 나서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서울 잠실, 부산 해운대신도시 등 28건의 부동산 물건 처분에 나섰는데, 공매 진행 규모가 900억원에 달한다.
지점 통폐합으로 남는 점포들도 미리 매각에 성공한 바 있다. 이 은행은 올 들어 서울 강남구청역, 목동사거리 등을 포함해 점포 13곳을 매각해 1666억원을 현금화했다.
KB국민은행 역시 경북 영천, 충남 공주 등에서 50억원에 가까운 부동산을 처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국민 금융 서비스가 주요 업무인 은행은 그동안 전국에 점포망을 유지해왔지만 비대면 활성화로 점포 유지 필요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작년까지는 남는 점포 등 유휴 부동산을 임대로 돌려 임대료를 받으며 수익화했지만 올 들어 코로나19 사태가 들이닥치자 임대도 여의치 않게 됐다. 이 때문에 대규모 부동산 처분에 본격 나서고 있다.
은행의 업무용 부동산은 실제로 점포, 연수원 등으로 쓰는 부동산과 임대 목적의 투자부동산으로 구분된다. 최근 점포 수가 감소하면서 투자부동산은 증가하는 추세였고, 여기서 나오는 임대료도 상승세였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임대 수요가 급감하자 은행들의 임대료 수입이 올 들어 감소했다. 올 들어 3분기까지 5대 시중은행의 누적 임대료 수입은 408억원으로, 작년 동기(482억원) 대비 15.3% 감소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피해에 따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하는 '착한 임대인 운동'에 동참해 기존 임대료도 내리는 추세"라며 "과거에는 리모델링을 통해 기존 사무실을 임대하는 사례가 많았는데 요즘에는 팔릴 때 팔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임대보다는 매각 실익이 높다는 판단 아래 점포 매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은행 실적이 악화일로인 상태에서 곧바로 현금화가 가능한 주요 자산을 매각해 실적도 방어하고 비용 부담도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은행 점포를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