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유튜버의 빌라 추천…알고보니 본인이 지은 거?

↑ 서울 송파구 빌라촌 전경 [사진 제공 = SH공사]

정부가 부동산 시장 교란행위에 대한 강력한 단속·처벌을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 전문가를 자칭하는 유튜버 중 일부가 시장을 교란하고 부당이득을 챙기는 사례가 드러났다.
16일 더불어민주당 강준현 의원이 자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유명 부동산 유튜버 A씨는 자신이 공동대표로 있는 건설사가 지은 빌라를 투자처로 추천해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인터넷 등에서 특정지역을 투자처로 추천하면 인근 매매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시장을 교란시킬 위험이 있는데 한 발 더 나간 셈이다.
A씨는 시청자에게 부동산 투자 상담을 해주고 상담 내용을 업로드 하는 방식으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이 중 지난해 10월 등록돼 33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한 한 영상을 보면 A씨는 투자처 추천을 요청하는 시청자에게 ▲강서구 마곡지구의 마곡나루역과 신방화역 사이 ▲송화초등학교 인근 ▲엘리베이터가 있는 신축 다세대 주택 등 요건을 만족한 부동산을 사라고 추천한다. 문제는 이렇게 특정 지역을 투자처로 찍어주는 행위가 인근 지역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리는 시장 교란행위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강준현 의원실은 자신들의 조사 결과, 해당 영상이 올라왔을 당시 조건에 맞는 매물은 단 한 곳뿐이었다고 밝혔다. B건설사가 지은 2개 단지, 5개 동, 61가구에 엘리베이터가 갖춰진 다세대주택이다. 그런데 이 빌라를 지은 건설사는 A씨가 공동대표로 재직 중인 회사였다.
강 의원은 "자신이 지은 빌라를 좋은 투자처라며 투자자들에게 추천해 부당이득을 챙긴 것"이라며 "부동산 정보제공을 빙자해 자신의 배를 채운 셈"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정부가 8월 공인중개사법을 개정하면서 공인중개사 자격없이 매물을 알선하는 유튜버 등 인플루언서를 특별단속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뒤 유명 유튜버들이 속속 채널을 닫았다. 구독자 35만명을 보유한 '재테크 읽어주는 파일럿', 구독자 6만여명의 '석가머니'가 채널을 닫았고 13만여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박병찬의 부동산 부자병법'은 최근 '유료 멤버십' 서비스를 종료했다.
또 연내 제정되는 특별법에는 집값담합 제재 기준도 명확해진다. 지금까지는 "5억원 이하의 매물을 내놓는 A 공인중개사와 거래하지말라"는 등 공인중개사 업무를 방해하는 경우만 공인중개사법에 따라 처벌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공인중개사와 상관 없이 아파트 주민회 등에서 "5억원 이하로 집을 내놓지 말라"는 등의 담합을 하는 경우도 특별법에 따라 처벌 대상에 들어간다.
[손동우 부동산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