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직연금도 투자시대 (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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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영 의원실 관계자는 "현재 법안을 준비 중이며 설명회를 통해 각계각층 의견을 청취한 후 보완하도록 하겠다"며 "정부 측에서도 디폴트 옵션에 관한 법안을 준비 중이고 당내에서도 법안 필요성에 대해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폴트 옵션은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환노위 의원 사이에서 '퇴직연금이 원금 보장이 안 되는 상품에 투자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발이 심했다. 그러나 디폴트 옵션이 투자자 성향에 따라 원금 보장형과 실적 배당형 투자에 관한 선택권을 주는 것이고 퇴직연금의 저조한 수익률과 가입자 무관심을 해결할 대책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환노위 내에서도 디폴트 옵션에 우호적인 시각이 늘어났다.
지난해 퇴직연금 수익률은 DC형 기준 2.83%인데 다양한 자산 배분을 하는 국민연금은 11.34%다. 은퇴 시점에 맞춰 안전자산 비중을 높여주는 연금상품인 타깃데이트펀드(TDF) 수익률은 16%나 된다.
퇴직연금이 다른 연기금에 비해 유독 저조한 수익률을 냈던 이유는 근로자들이 예적금에 돈을 넣고 운용상품에는 거의 투자하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의 2018년 퇴직연금 자산 운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1년간 운용상품을 변경한 적이 없다는 응답자가 83%로 시장 상황과 상관없이 리밸런싱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폐업·도산 사업장에서 5만명이 넘는 근로자가 아예 퇴직연금을 찾아가지 않아 1093억원대 퇴직연금을 돌려주기 위해 작년에는 고용노동부가 '퇴직연금 적립금 찾아주기 캠페인'을 벌일 정도로 근로자들이 퇴직연금에 대해 별 관심이 없는 것도 퇴직연금 수익률이 부진한 요인이다.
반면 외국에서는 디폴트 옵션을 도입해 전문성을 갖춘 금융회사에 운용 지시권을 이관하면서 퇴직연금에서도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미국은 정부가 1981년 401K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할 때 채택한 QDIA라는 디폴트 옵션을 통해 연 7% 수익률을 내고 있다.
호주에서는 1992년 슈퍼에뉴에이션이라 불리는 강제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하면서 마이슈퍼(My Super)라는 디폴트 옵션을 도입했다. 이에 따라 2000년대 이후 연평균 수익률 6.8%를 올리고 있다. 2018년 기준 한국의 퇴직연금 중 15.8%만 실적 배당형에 투자되는 데 비해 호주는 전문적인 운용을 통해 72%가 주식·인프라 등 실적 배당형 상품에 투자된 것이 고수익을 낸 비결로 꼽힌다. 일본도 2018년 디폴트 옵션 제도를 도입했다.
특히 퇴직연금의 K뉴딜펀드 투자를 위해서는 디폴트 옵션 제도 도입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민주당 내에서는 이번 근로자퇴직급여복지법 개정에 찬성하는 목소리가 많아지고 있다. K뉴딜펀드는 민간 투자사업의 선순위 대출채권 등에 투자하며 정부기관 등에 의해 원리금 보장이 일정 부분 이뤄지는 중위험 장기 투자 공모 인프라 펀드다. 시중 예적금 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근로자들이 여전히 예적금에 퇴직금을 묻어 놓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디폴트 옵션을 통해 가입자가 K뉴딜펀드 투자에 찬성하면 자동으로 편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220조원에 달하는 퇴직연금이 뉴딜펀드에 투자될 수 있다면 사업 성과가 국민 노후보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디폴트 옵션이 도입되면 근로자들은 퇴직연금 규약에서 투자 유형을 선택하게 된다. 공격적 투자를 할지 원금 보장형 투자를 할지 선택하면 가입자들이 운용 지시를 하지 않아도 사전에 지정된 운용 방법에 따라 금융회사가 퇴직연금 투
■ <용어 설명>
▷ 디폴트 옵션(default option) : 퇴직연금 가입자가 사전에 지정한 운용 방법에 따라 가입자들의 구체적인 운용 지시가 없어도 금융회사가 시장 상황과 근로자 은퇴 시점에 맞춰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짜고 이에 따라 투자하는 퇴직연금 운용 방식.
[김제림 기자 / 최예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