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과매도'라고 할 정도로 주식을 많이 팔았다. 3월 코로나19가 팬데믹(전 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지면서 달러를 제외한 모든 금융자산 가치가 급락했고, 신흥국에 속한 한국 주식은 외국인들의 제1 매도 대상이었다. 지난 3월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도 금액은 12조5550억원에 달했고, 이후에도 7월을 제외하면 매도 경향이 강했다. 7월 한 달 반짝 순매수로 전환한 것도 달러 약세가 극에 달했던 28일 단 하루로, 개인이 그날 던진 1조원이 넘는 물량을 외국인이 받아 1조3060억원어치를 한꺼번에 사들였기 때문이지, 추세적으로 순매수가 쌓여온 것은 아니었다. 코로나19 이후 외국인 순매수가 지속적으로 발생한 것은 10월이 처음인 셈이다.
10월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사들인 이유는 불안정한 미국 정치·경제적 상황, 달러 약세 등 대외적 요인과 국내 기업들의 3분기 실적 호조세, 코로나19 3차 팬데믹 완화 등의 대내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미국 증시는 9월 초 니콜라 등 기술주들에 대한 신뢰 문제가 불거지면서 1차 급락을 겪은 후 11월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는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극에 달하면서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8월 말 1만1775.46이었던 나스닥은 10월 7일 이후 3거래일 연속 상승했음에도 1만1579.94로 1.7%가량 떨어져 있는 상태다. 다우존스30 산업지수와 S&P500도 마찬가지다.
미국 증시의 이 같은 약세는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증시 강세로 이어지고 있다. 10월 들어 코스피는 보름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3.2%나 상승했다. 한국과 많이 비교되는 대만의 자취엔 역시 같은 기간 3.5% 상승했다. 긴 추석 연휴 휴장 이후 9일 문을 연 중국의 상하이종합지수도 2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급등 중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은 올해 코로나19 국면에서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개방된 이후 가장 센 강도로 이탈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데, 이제 그런 부분이 해소되고 매수 우위로 바뀌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이후 달러 강세와 약세가 반복됐지만 현재 달러 약세 패턴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외국인의 '바이코리아'에 힘을 싣는다. 여기에 주식시장을 이끄는 대표 기업들의 3분기 실적이 상당히 좋게 나타나는 것, 즉 펀더멘털상의 호재도 외국인 매수를 부르고 있다
[박인혜 기자 / 신유경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