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첫 월급을 받아 차곡차곡 적금을 드는 모습이 익숙했던 20대가 이제는 고금리 저축은행 대출로 몰리고 있다. 취업난과 집값 폭등으로 좌절한 젊은이들이 '대박의 꿈'을 좇아 '빚투(빚내서 주식 투자)' 전면에 나섰다.
8일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6월 말 기준 저축은행 마이너스 통장을 이용하는 20대는 1만4245명으로 전체 2만4997명 중 57%에 달했다. 저축은행 마이너스 통장 이용 고객 2명 중 1명은 20대인 셈이다.
전체 마이너스 통장 이용 액수는 2997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16.5% 감소했지만 20대만 20% 늘어나며 '역주행'했다.
신규 이용자도 20대가 가장 많았다. 올 상반기에만 4978명 늘어났다. 2019년 한 해 동안 늘어난 20대 신규 이용자가 6313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폭발적 증가세다. 20대 1인당 평균 대출액은 550만원이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제껏 은행에서 대출받는 고객 연령대는 30·40대가 대부분이었다"며 "최근 들어 20대 대출 수요가 폭증하는 것은 매우 특이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는 주식시장 '빚투' 열풍과 관계가 깊다. 일자리가 줄어들어 취업하기 힘들고 설사 취업하더라도 집값이 너무 올라 월급만 성실하게 저축해선 생활하기 어렵다는 생각에 '한 방'을 노리는 젊은이들이 많아진 것이다.
하지만 20대는 사회초년생이거나 아직 취업을 하지 못해 시중은행 등 제1금융권 접근성이 높지 않다. 시중은행들은 채무 상환 능력을 꼼꼼히 따질 뿐만 아니라 과거 금융 거래 내용까지 요구하기 때문이다. 반면 저축은행은 대출 문턱이 상대적으로 낮다. 채무 상환 능력을 판단하는 기준이 느슨하고 연체 사실이 있어도 빌릴 수 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특히 마이너스 통장 대출은 대형 저축은행은 취급하지 않고 업계 20~30위권 중소형 저축은행 위주"라며 "본인 명의 신용카드와 휴대폰만 있어도 일정 금액을 대출받을 수 있는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
20대 대출 수요가 늘면서 저축은행들도 비대면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한 마이너스 통장 상품을 내놓고 있다. 한도는 300만원 내외고 금리는 연 15% 수준이다. 직업 유무나 소득에 상관없이 저축은행 신용평가 심사 기준만 통과하면 되는 식이라 대출 승인이 쉽게 이뤄지는 편이다. 일부 재테크 커뮤니티에는 "대출받을 길이 없었는데 최근 출시된 저축은행 마이너스 통장으로 돈을 구했다"는 후기들이 공유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막연한 투자 수익 기대에 20대 청년들이 대출로 몰리는 현상을 우려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실물경제 타격이 심각한 상황에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져 주가가 급락할 때가 문제다. 투자 수익은커녕 원금 손실에 고금리 이자까지 더해져 순식간에 빚더미에 앉을 수 있다. 20대 마이너스통장 대출 연체 금액은 2017년
[김혜순 기자 / 한상헌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