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당 원화값이 17개월 만에 최고치인 1153.3원까지 치솟았다.
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이 전날 종가보다 4.9원 오른 1153.3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올해 1월 13일 연고점(종가 1156.0원)을 경신한 것은 물론이고 지난해 4월 24일 종가 1150.9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원화값은 추석연휴 이후 줄곧 강세를 보였다. 지난달 30일 종가 기준 1169.5원이던 원화값은 5일 1163.4원, 6일 1161.0원, 7일 1158.2원 등으로 이날까지 4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이날 원화값이 연고점을 깨고 급등한 것은 원화 강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560억달러에 달하는 '한중 통화스왑 연장' 소식을 계기로 쏠림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국내 경기 개선이나 외국인 자금 유입 등과는 관계없이 원화값이 큰 폭으로 올랐다"며 "한중 통화스왑 연장 자체가 지닌 의미보다는 이 재료를 핑계 삼은 오버슈팅이 나타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은행은 이날 "한은과 중국인민은행이 통화스왑 계약을 연장하자고 실무적의로 합의했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통화스왑은 중앙은행 간 계약으로 서로 요청 시 정해진 비율에 따라 각국 통화를 주고받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중 통화스왑은 2008년 10월 560억달러 규모로 처음 체결됐다. 한국은행은 64조원, 중국인민은행은 3600억위안으로 최초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후 같은 조건으로 2011년, 2014년, 2017년 세 차례에 걸쳐 연장돼 이달 10일 만료될 예정이었다. 통상 통화스왑이 기존 계약과 동일 조건으로 연장되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연장도 동일한 액수로 3년간 연장할 것으로 점쳐진다.
양국 중앙은행이 계약 체결을 합의하면 세부 내용 조율이 어렵지 않은 만큼 향후 1~2주 내 완전한 계약 연장이 체결될 가능성이 높다.
당초 코로나19 불안감과 글로벌 경기 부진이 해소되지 않는 한 원화 추가 상승은 어렵다는 전망이 많았지만 미국 정치 상황이나 중국의 경기 회복 기대감 등이 '달러화 약세, 위안화 강세'를 만들면서 외환시장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우선 이달 들어 미국 백악관과 민주당이 추가 경기 부양책 도입을 협상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위험선호 심리가 강해졌다. 미국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은 시장에 경기 회복 기대감을 부추기는 강력한 재료다. 이런 환경에서 통상 달러화는 약세, 원화는 강세를 보인다.
게다가 지난달부터 위안화도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중국 경기 회복 기대감과 인민은행의 위안화 강세 정책 등이 배경으로 꼽힌다. 원화는 위안화의 프록시(proxy·대용) 통화라서 흐름에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달러 약세와 위안화 강세가 맞물린 상황이어서 조만간 달러당 1150원 선을 넘어서는 그림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 연구원은 "연고점이 깨진 이상 외환당국의 미세조정이 없다면 1130원 수준으로 단번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정주원 기자 / 송민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