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저`도 역세권 청년주택 꼼수 입주

"같이 취업한 친구는 자취한다는 이유로 역세권 청년주택 자격이 된다고 하네요. 저는 아버지가 올해 은퇴하셨어도 전년도 소득이 기준을 넘겨서 안된다고 합니다. 억울해요."(손 모씨·28)
서울시가 인근 시세의 80% 수준으로 공급하는 역세권 청년주택이 세대분리라는 간단한 '꼼수'만으로 '금수저' 자녀도 손쉽게 1순위로 입주가 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서울시에 따르면 역세권 청년주택은 청약을 신청하는 사람의 소득 유무에 따라 기준 소득을 산정하는 방식이 달라진다.
민간임대 특별공급 물량은 소득이 있는 경우 청약을 신청한 사람이 속한 모든 가구원의 소득을 합해 기준 소득으로 삼는다. 이 때문에 부모 소득을 합산하면 입주 1순위 소득을 넘기는 경우에도 세대분리를 하면 산정 소득이 낮아져 1순위에 해당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3인 이하 가구인 경우 신청자가 소득이 있다면 부모 및 신청자 소득을 모두 더했을 때 월 562만원 이하여야 1순위 자격을 얻는다.
그러나 신청자가 세대분리를 하면 부모 소득을 제외하고 본인 소득이 265만원 이하만 충족하면 1순위 자격을 그대로 얻는다. 이 때문에 '금수저' 자녀도 세대분리만 하면 입주할 수 있다는 말이 나왔다.
가구 현황은 모집공고일 기준으로 들여다볼 뿐 세대분리 기간은 따지지 않아 일시적으로 세대분리를 신청한 경우에도 1순위 소득 기준을 충족할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세대분리는 1인 가구 기준 월 70만원 이상(중위소득 40% 이상)이면 가능하기 때문에 제약도 적다. 서울주택도시공사 관계자는 "세대분리 기간을 분류하는 것에 대해 논의한 적은 없다"고 했다.
주소지 이전을 생략해 편법으로 세대분리를 유지하는 경우도 있다. 세대분리 이후 다시 부모님 집으로 들어가 사는 경우 주소지 이전을 생략해 단독 가구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축복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