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글로벌 금융도시' 뉴욕의 신용등급을 낮추는 상황이 벌어졌다. 지난 주말 뉴욕에서는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 신규 확진자가 넉 달 만에 사상 최대로 늘어나면서 그림자가 짙어지는 모양새다. 뉴욕은 '락다운'(이동 제한)조치를 해왔지만 가을철에 바이러스가 또다시 확산하는 데다 락다운에 따른 세금 수입마저 줄어들 것이라는 압박감에 이중고를 겪고 있다.
지난 1일(현지시간) 무디스는 재정 건전성 악화 가능성을 들어 뉴욕 주와 뉴욕 시 신용등급을 기존 Aa1에서 Aa2로 한 단계 낮췄다. 또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무디스 신용등급을 기준으로 최상의 신용상태인 AAA등급 바로 아래가 Aa1등급이다. 또 Aa1~Aa3등급은 '신용상태 최우수' 구간이라는 점에서 이번 강등은 전과 별 차이가 없어보일 수 있다. 뉴욕 시의 Aa2등급도 신용상태 최우수 구간에 속하지만 일단 신용등급이 내려간 만큼 불이익이 따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뉴욕 정부가 그간 발행해온 수억 달러 규모의 미상환 대출에 따르는 대출 금리가 올라가게 된다고 지적했다. 기존 대출 금리가 올라가면 이자 부담이 늘어나고 예산 운영이 더 어려워진다. 이 때문에 정부가 이미 재정난에 처한 경우라면 하는 수 없이 세율을 올리거나 과세 대상을 늘리는 한편 정부 지출을 줄여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금융도시인 뉴욕 시로서는 체면을 구기게 된 셈이다. 이 때문에 빌 더블라지오(민주당) 뉴욕 시장 측 대변인은 이날 즉시 성명을 내고 "뉴욕 시에 대한 무디스의 결정에 실망했다"면서 "우리 시는 재정 관리를 엄격히 해왔다"고 반발했다.
반면 앤드류 쿠오모(민주당) 뉴욕 주지사 측 로버트 무지카 예산국장은 "무디스의 이번 결정은 연방 정부를 자극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면서 "코로나19 피해로 어려움에 빠진 뉴욕에 대해 연방 정부가 5000억 달러를 지원해 줘야한다"고 호소했다.
무디스는 뉴욕 주와 뉴욕 시 신용등급 강등 배경에 대해 해당 지역 정부가 세금 수입 급감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현금 부채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재정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들었다. 특히 뉴욕 시의 경우 코로나19 사태에 맞춰 재정 정책을 바꾸려는 노력은 뒤로 하고 연방 정부 지원 혹은 주 정부를 통해 빌리는 돈에 의지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뉴욕 시와 뉴욕 주는 코로나19 피해가 다른 지역보다 두드러진 탓에 나란히 락다운 조치를 했고 그에 따른 부작용으로 경제활동이 일시 정지되면서 이미 세금 수입 급감을 코앞에 둔 상태다. 뉴욕 주는 올해 세금 수입이 145억 달러 줄어들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하위 지방 자치 단체와 사회 복지 단체, 일부 교육 구역에 지출하기로 한 예산의 20%를 일단 집행 보류한 상태라고 WSJ는 전했다. 지난 8월 주 정부는 올해 회계연도 적자가 84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뉴욕 주 회계연도는 매년 4월 1일부터 시작한다. WSJ는 민주당원인 앤드류 쿠오모 뉴욕 주지사가 부유세 세율을 높여달라는 노동조합과 주 의회 의원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 가운데 적자 예상만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정은 뉴욕 시도 비슷하다. 더블라지오 시장은 코로나19가 최악의 사태에 달하던 지난 3월 이후 자신을 포함한 9000명 이상의 시청 공무원들에 대해 닷새 간의 임시해고를 선언하기도 했다.
뉴욕 시는 코로나19 사태 전부터 재정 적자에 시달려왔다. 뉴욕타임스(NYT) 등 현지 매체는 시가 공무원 노조 요구에 따라 채용을 늘리면서 이에 따른 연금·퇴직금 예산이 불어난 것도 재정난의 원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다만 지금으로서는 시 정부가 세수 확충을 위해 세금 부담을 높이는 경우 가뜩이나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세수 기여도가
지난 2일 뉴욕 주 보건 당국에 따르면 뉴욕 주에서는 하루 새 신규 확진자가 1731명 나왔다. 이는 지난 5월 27일(신규 확진자 1768명) 이후 최악의 기록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김인오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