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누구 집이 얼마나 올랐냐가 화두였다면, 올해 추석 귀향길에는 '언제 집값이 꺾일 것인가'가 단연 화제일 듯하다. 비록 연이은 부동산 규제 발표에도 서울 아파트 가격이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집값 오름세는 분명 예전만 못한 분위기(한국감정원 기준 3주 연속 주간 상승률 0.01%)다.
여기에 최근 분양가를 저렴하게 묶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됐고, 내년엔 3기 신도시 사전 청약까지 예정돼 있어 청약 대기 수요가 급증하면서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매일경제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 등 전문가 4인에게 추석 이후 부동산 시장 전망을 물어봤다. 정부가 초고강도 규제를 잇달아 내놓으면서 시장 변수가 많아진 터라 전문가 사이에서도 장기 집값 전망은 엇갈린다.
다만 전문가들은 부동산 경기 장기 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무리한 내 집 마련에 나서기보다는 적어도 올해 말까지는 신중히 관망하며 시장 흐름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추석 이후 서울 집값 추이에 대해선 소폭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순 있지만, 다주택자 물량이 출회되는 내년 봄 이후엔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란 의견이 많았다. 이에 따라 집을 마련하려고 하는 실수요자라면 적어도 올해 말까지는 시장 상황을 관망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심교언 교수는 "지금은 쏟아진 규제로 인해 혼조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한두 달 내로 시장이 정리되면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설 것으로 본다"며 "적어도 내년 초까지는 관망하다가 저렴한 급매물을 잡는 것을 고려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고종완 원장은 "지금처럼 전셋값이 오르면 집값이 떨어지기 어렵다"며 "다만 내년 봄 이사철이 변곡점이 될 텐데, 중장기적으로 보면 현재 집값이 고점에 와 있다"고 말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도 "최근 법인 매도 물량이 나오고 있다"며 "내년 상반기 중 종부세 인상을 우려한 다주택자 매도 물량이 쏟아질 가능성이 높아 집값이 약보합세로 전환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매물 부족으로 인해 서울에 한해 지금의 강보합세를 유지할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
김학렬 소장은 "매물은 적고 서울 진입을 원하는 대기 수요는 많기 때문에 인기 지역은 신축을 중심으로 꾸준히 신고가를 경신할 것으로 본다"며 "오르는 단지는 계속 오르고, 안 오르는 단지는 안 오르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이어 "자금이 부족하다면 내년 3기 신도시 청약을 준비하고 자금이 풍부한 실수요자라면 지금 당장이라도 서울 핵심지 신축을 매입해도 된다"고 조언했다.
전셋값에 대해선 모든 전문가가 당분간 강세를 이어갈 것이란 데 동의했다. 심교언 교수는 "임대차법, 다주택자 규제 등 현 정부의 모든 부동산 대책이 전세 매물 공급 축소를 불러오는 정책"이라며 "전세 매물이 줄고 주거의 질도 떨어지면서 세입자들이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학렬 소장도 "정부 정책이 '똘똘한 한 채' 현상을 부추기면서 서울에 전세를 주고 수도권에 살던 다주택자들이 살던 집을 팔고 서울로 돌아오고 있다"며 "전셋값이 지금보다 더 빠르게 폭등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줄 만한 변수로는 '3기 신도시 사전 청약'이 꼽혔다. 전문가들은 3기 신도시에 대해 "정부의 공급 시그널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시장 안정화를 위해 보완해야 할 점이 많이 있다"며 "3기 신도시 공급과 함께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등 서울 도심 공급 확대를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고종완 원장은 3기 신도시 청약을 기다리는 수요가 늘면서 최근 임대차3법 등으로 촉발된 '전세대란'이 더 심화될 가능성도 제기했다. 고 원장은 "사전 청약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전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질 것"이라며 "전세 재계약이 늘어나고, 사전 청약하는 곳으로 전세 수요가 쏠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사태, 미국 대선 등 외부 변수가 부동산 시장에 주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안명숙 부장은 "코로나19가 시작됐을 때 부동산시장이 큰 충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오히려 집값이 올랐다"며 "풍부한 유동성과 저금리가 자산 시장에 결정적
김학렬 소장은 "투자자 위주 시장이었다면 외부 충격에 의해 돈이 빠져나갈 수 있지만 지금은 철저하게 실거주 수요 위주 시장"이라며 "정부의 정책 방향성이 공급 위주로 수정되지 않는 이상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바뀌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정지성 기자 / 박윤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