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는 지난해 11월 22일 국내 콘텐츠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 지분 5%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CJ ENM 드라마 사업본부를 2016년 물적분할해 설립한 자회사로 국내 TV 채널로서 콘텐츠를 주로 공급하고 있다. 어찌 보면 CJ ENM이 자사의 TV 채널과 경쟁하고 있는 넷플릭스와 제휴 관계를 맺은 셈이다.
여전히 CJ ENM은 스튜디오드래곤 지분 58.1%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콘텐츠 업계가 가지고 있는 오랜 고민을 반영한 결과였다.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제작비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Over The Top) 채널로 콘텐츠를 공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는 콘텐츠 투자 리스크를 대폭 줄이고 있다. 올해 4분기 스튜디오드래곤은 넷플릭스를 통해 드라마 '스위트홈'을 선보일 예정인데, 대신증권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제작 마진 25%를 보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약 180억원 규모다.
드라마는 시청률을 예상하기 어려운 분야다. 넷플릭스를 통해 최소한의 안전 장치를 확보한 콘텐츠 업계는 더욱 활발하게 제작에 나설 수 있었다. 이를 반영해 연결 기준으로 올해 스튜디오드래곤은 지난해보다 매출이 16.6% 늘어 5463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다만 국내 플랫폼 업체들은 넷플릭스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플랫폼은 얼마나 많은 콘텐츠를 확보하는지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거대 자본을 무기로 국내에 상륙한 넷플릭스에 처음부터 자본 규모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카카오는 2015년 카카오TV, 네이버는 2018년 OTT 서비스 네이버 시리즈온을 출범했지만 여전히 넷플릭스의 공습에 이렇다 할 성과를
통신업계 또한 넷플릭스의 부상으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9일 정부는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번 개정안은 국회가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의 횡포를 막겠다며 만든 법안으로, 콘텐츠 사업자에게 통신망 품질 책임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규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