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시장에서 아파트, 원룸, 오피스텔 등 주택 유형을 가리지 않고 단기임대 매물을 내놓거나 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삼성힐스테이트2단지는 총 926가구 중 전세가 단 4건밖에 없지만, 단기임대는 10건이나 된다. 이 아파트의 단기임대 매물은 지난달만 해도 3~4건 수준이었는데 이달 들어 10건으로 늘었다. 인근 삼성센트럴아이파크도 이달 들어 단기임대 매물이 새로 3건이나 나왔다.
집주인들이 집을 단기임대로 내놓는 것은 거래허가제 때문에 당장 집을 팔기 어려운 상황에서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은 장기세입자를 들이기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삼성동은 서울 대치동·잠실동·청담동과 함께 토지거래허가구역이다. 실거주 목적의 매수자에게만 매도가 허용되기 때문에 집주인 입장에서 세를 낀 매물은 중간에 매도가 어렵다.
삼성동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계약갱신청구권에 토지거래허가구역까지 겹쳐서 이 지역은 만기 2년짜리 보통 전월세를 받으면 앞으로 집을 못 판다고 보면 된다"면서 "다행히 여기는 외국인 수요, 임대 수요가 많아서 단기임대도 곧잘 나가다 보니 차라리 몇 개월 공실이어도 단기임대를 돌리면서 거래허가구역이 풀리기를 기다리는 집주인이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기임대를 구하는 수요자는 주로 해당 지역에 수개월만 머무는 외국인이나 대학생이어서 계약갱신청구권을 실제로 주장할 가능성은 낮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집주인 입장에서는 계약갱신청구권 때문에 골치 썩을 일도 없으니 외국인 세입자만 구할 수 있다면 단기임대를 선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대차법 때문에 단기임대를 찾는 수요도 늘고 있다. 집주인이 직접 실거주를 위해 입주하려고 기존 세입자의 전세계약 기간이 끝날 때까지 단기임대를 찾는 경우가 많다. 묵시적 갱신을 우려해 전세계약 만기 등을 엄격하게 지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세입자들이 단기임대를 구하는 경우도 많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양측 세입자의 이사 시기가 서로 맞지 않으면 예전에는 서로 중간 시기로 조율했지만 지금은 한쪽이 단기임대를 구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향후 이 같은 틈새 수요가 많아지면서 단기임대가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을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원룸, 오피스텔 역시 최근 코로나19 영향으로 단기 매물이 급증하고 있다. 실제로 온라인 카페인 '피터팬의 좋은 방 구하기'나 중개서비스 애플리케이션(앱) '직방' 등에선 이 같은 단기임대 매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우선 관광객이 급격히 줄면서 생존이 어려워진 게스트하우스가 1·2인용 객실을 단기임대 매물로 내놓은 경우가 많다. 게스트하우스는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으로 분류돼 내국인을 상대로 한 숙박행위 자체가 원래 불법이다. 하지만 워낙 코로나19 사태로 운영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학교 근처 원룸 사업자들도 최근 대학 강의가 재택강의로 전환되면서 투숙하는 학생이 줄자 공실을 단기임대로 내놓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선희 기자 / 정지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