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들의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이 거센 가운데 금융당국이 증권사들의 '묻지마식' 신용융자 금리산정에 제동을 건다.
2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금융투자협회와 '금융투자회사의 대출금리 산정 모범 규준' 개선을 위한 막바지 논의 단계를 밟고 있다.
현재 증권사들은 금투협의 모범 규준에 따라 회사별로 이자율을 산정하고 있다.
해당 모범 규준은 조달금리와 가산금리를 구분한 뒤 각 회사가 '합리적 기준'에 따라 산정하라고만 돼 있다. 금융당국은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 사실상 '깜깜이' 금리산정이 이뤄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같은 모범규준에 따라 증권사들은 30일 이하 단기금리로는 4~7%대, 91일 이상 장기금리로는 7~9%대를 매기고 있다.
증권사별로 편차도 큰 편이지만, 투자자들이 산정 근거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수차례에 걸쳐 인하되는 동안 증권사들은 한 차례도 안 내린 경우가 태반"이라며 "조달비용이 어떻게 되는지, 가산금리는 어떻게 산정하는지를 주기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형식은 금투협의 모범규준 개선을 통한 증권사 자율 규제 형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투협 관계자도 "당국과 모범규준 항목을 세분화하는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금리산정 방식이 투명화·객관화될 경우 기준금리·시중금리 인하분 반영 등으로 신용융자 금리도 일정 부분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신용융자 잔고가 사상 최대인 17조원대까지 불어나며 쏠쏠한 재미를 보던 증권사들에는 수익 감소 요인이다.
KB증권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들의 세전이익(별도 재무제표 기준) 중 신용공여(신용융자, 예탁증권 담보 융자 등) 이자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6.4~44.1%에 달했다. 증권사별로는 키움증권 44.1%, 미래에셋대우 39.3%,
금융권 일각에서는 이 같은 금융당국의 조치가 사실상 금리인하를 압박, '빚투'를 조장하는 결과를 낳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류영상 기자 ifyouare@mkinternet.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