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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올해 미국 증시에 입성한 스팩은 107개로 지난해(59개)의 약 두 배로 뛰었다. 상장심사를 받고 있는 스팩 50개까지 고려하면 이 수치는 더 커질 예정이다. 이들 스팩으로 유입된 자금은 413억달러(약 48조원)으로 지난해(136억달러)의 세 배에 달한다. 올해 상장된 스팩 개수와 투자금은 모두 스팩이 미국 증시에 등장한 이래 사상 최대다.
스팩은 그 자체로는 가치가 없는 '껍데기' 회사다. 상장 후 통상 2~3년 내에 가치 있는 회사와 합병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때문에 스팩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스팩 자체가 아니라 스팩이 합병할 회사를 염두에 두고 투자한다. 스팩에 투자하는 것은 앞으로 이뤄질 특정 기업과의 인수·합병(M&A)에 투자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미국 스팩에 거액의 투자금이 밀려드는 것은 성장기업에 대한 투자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스팩과의 합병을 통해 상장하는 회사는 대부분이 수소차, 자율주행, 게임, 바이오, 헬스케어 등 성장주로 분류되는 업체다.
최근 잇단 구설에 휘말린 수소차 업체 니콜라도 지난 6월 스팩을 통해 상장했다. 기업 입장에서도 스팩을 통해 상장하면 일반적인 IPO보다 더 빠르게 필요한 금액을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스팩 열풍을 놓고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IPO보다 허들이 낮다는 스팩의 특성상 부실 기업이 스팩을 통해 증시에 입성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한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드래프트킹스, 버진갤럭틱 등 성공적인 사례가 주로 부각되지만 미국 스팩 평균 수익률을 보면 마이너스"라고 지적했다.
한편 국내에서도 스팩 합병 상장이 큰 폭으로 늘었다. 올해 스팩으로 증시에 입성한 기업 수는 사상 최대치 경신이 예상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스팩 합병을 통해 상장한 기업은 총 9개지만 합병심사가 진행 중인 곳(14개)까지 합치면 총 23개로 역대 최대였던 2017년(21개)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미 8개는 심사 승인이 났다.
스팩 투자의 핵심은 해당 스팩이 어떤 회사와 합병할 것인가다. 그러나 스팩이 합병 기업을 공시하기 전에 이를 미리 알 수는 없다. 통상 합병 대상을 물색하는 데 스팩 상장 후 1년 이상이 걸린다. 스팩이 합병에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실망스러울 수도 있지만 마냥 손해는 아니다. 국내 스팩은 상장 후 3년이 지날 때까지 합병하지 못하
[홍혜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