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구역들이 국토교통부·서울시가 지원하는 공공재개발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해제 구역 주민들은 이번 공공재개발 참여를 계기로 꺼져가던 사업의 불씨를 살린다는 계획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등 공공기관이 사업에 참여하는 공공재개발은 민간 재개발 방식에 비해 조합 설립이 필요없고 인허가 시간도 크게 단축되는 것이 장점이다. 다만 공공재개발은 공공임대 및 지분형 주택 비율(조합원 분양을 제외한 물량의 절반)이 높은 만큼 사업성 문제로 향후 실제 추진 과정에서 정부와 주민 간 마찰이 일어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17일 정비 업계에 따르면 서울 성북구 장위12구역 재개발 준비위원회는 최근 주민 설문조사로 동의율 10%가 넘는 동의서를 확보하며 공공재개발 사업 추진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장위12구역은 2014년 장위뉴타운 중 가장 먼저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지역이다. 위원회는 주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설문조사한 결과 참여자 133명 전원이 공공재개발 추진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서울시의 공공재개발 후보지 선정 공모에 신청하기 위해서는 주민 동의 10%를 확보해야 한다. 현재 장위12구역 전체 토지 등 소유자는 600명 수준인데 최소 조건(60여 명)의 2배가 넘는 동의율을 확보한 것이다. 공모 신청을 접수한 자치구는 해당 구역 주민동의율, 정비구역 지정 요건 등을 평가한 후 공공재개발 추진이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구역을 서울시에 추천하게 된다.
최연숙 장위12구역 재개발준비위원장은 "설문조사를 단 이틀만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신청 조건을 훌쩍 넘길 정도로 공공재개발에 대한 주민들 열의가 높은 상황"이라며 "임대비율 때문에 사업성이 낮아지는 측면에 대한 고민도 있지만 빠른 사업 추진이 우선이라고 생각해 신청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장위12구역은 2014년 부동산 시장 불황과 서울시의 뉴타운 출구전략으로 인해 정비구역에서 해제됐다. 하지만 인근 구역들의 재개발 성공 사례가 전해지고 최근 분양 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주민들을 중심으로 자발적인 재개발 추진 준비위원회가 결성됐다.
장위뉴타운에서 정비구역이 해제됐던 6개 구역(8·9·11·12·13·15) 가운데 8·9·11·12구역은 지난달 말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주민설명회에 참여하는 등 공공재개발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13구역은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진행 중이며 15구역은 최근 서울시를 상대로 한 재개발 직권해제 무효 소송에서 이겨 기존 뉴타운 방식을 그대로 유지할 전망이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공공재개발 시범사업 후보지를 오는 21일부터 11월 4일까지 공모한다고 밝혔다. 기존 구역은 올해 12월까지, 신규 지역은 내년 3월까지 후보지 선정 작업을 마치고 통보한다. 공모에 앞서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성북3구역·한남1구역과 기존 정비구역인 양평14구역·흑석2구역 등은 이미 사업의향서를 제출했으며 현재 20여 개 구역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도시재생사업·관리형 주거환경사
업 등 대체 사업이 추진 중이거나 역사문화 보존 등을 위해 관리가 필요한 지역 등은 공공재개발 검토 대상에서 제외된다. 최근 서울 종로구 창신·숭인동 일부 주민들이 진행 중인 도시재생사업 대신 공공재개발을 하겠다며 동의서를 받고 있는데, 정부가 이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힌 것이다.
[정지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