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임대차법 시행으로 시장에선 매물 잠김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매물이 실종된 서울 송파구 잠실 중개업소 전경. [이충우 기자] |
1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집주인 입장에서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요청을 피해 실거주 희망 매수자에게 집을 매각하기 위한 '합법적' 꼼수가 커뮤니티 등에서 활발히 공유되는 추세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방법은 세입자에게 집을 판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고 매수자가 소유권 이전등기까지 마친 뒤 세입자의 계약 갱신 요청을 거절하는 방법이다.
세입자가 매각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면 계약갱신청구권을 뒤늦게 쓰려 해도 이미 등기(소유권)가 넘어가 새로운 집주인이 된 매수자가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 요청을 거절할 수 있다. 정부가 유권해석에서 계약갱신청구권을 거절할 수 있는 대상(집주인) 기준을 '소유권 등기' 여부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박일규 법무법인 조운 대표변호사는 "세입자 몰래 등기를 완료했다면 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 있지만 계약만 하고 등기를 못 마친 매수자는 정당한 재산권도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정부가 등기 여부만을 기준으로 갱신거절권을 해석하는 것은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집주인이 실거주하겠다며 갱신청구권을 거절한 뒤 임대 기간이 끝나면 실제로 들어가 며칠 혹은 몇 달 정도 짧은 기간만 살다가 실거주 매수자에게 매각하는 방법도 거론된다.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집주인이 실거주를 목적으로 계약갱신청구권을 거절하면 세입자의 갱신 가능 기간(2년) 동안 다른 세입자를 받을 수 없다. 하지만 집주인이 실거주 목적 매수자에게 집을 팔지 못한다는 규정은 임대차법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집주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고의적으로 집을 팔았다면 민법상 불법 행위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책임을 세입자가 (법정에서) 문제 제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경우엔 세입자가 집주인의 '고의성'(집을 매각하기 위해 실거주한다고 거짓말한 사실)을 법정에서 입증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기존 세입자에게 매매 계약 사실을 알린 뒤 일종의 위로금(보상금)을 주고 합의해 달라고 하는 방법도 있다. 정부 역시 세입자와 보상을 전제로 한 합의는 유효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때 세입자가 수천만 원 등 지나치게 큰 금액을 요구하거나 일단 합의한 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실거주하려는 매수자에게 집을 파는 것까지 제한한 것은 토지거래허가제보다 심한 재산권 침해"라며 "앞으로 매물 잠김이 심해져 거래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정지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