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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 11일 취임한 후 3년 임기가 만료됐지만 금융위원장 제청을 거쳐 문재인 대통령이 한 번 더 그를 신임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이 회장은 1954년 산은 설립 이후 초대 구용서 전 총재, 15~17대 김원기 전 총재, 25~26대 이형구 전 총재에 이어 네 번째로 연임에 성공한 회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산적한 대기업 구조조정 등 위기 상황을 처리하는 데 이 회장만 한 적임자가 없다고 인정받은 셈이지만 두 번째 임기는 취임식 등 기념 행사 없이 조용히 시작된다. 공치사를 하기엔 산은이 헤쳐나가야 할 과제들이 시급해서다.
10일 산은은 "이 회장은 11일부터 임기 3년의 39대 산업은행 회장으로 연임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두 번째 임기 첫날 공식 행보로 산업 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산경장)에 참석한다. HDC현대산업개발과 인수·합병이 무산된 아시아나항공 지원 방안을 결정하는 자리다. 산은은 산경장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HDC현산에 대한 계약 해지 통보 등 절차를 밝힐 전망이다.
첫날 행보에서 드러나듯 새 임기를 시작한 이 회장 앞엔 '코로나19 위기 극복'이라는 큰 숙제가 놓여 있다. 가장 시급한 과제로는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가 꼽힌다. 금호그룹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결정한 지난해 이후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산은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에 쏟아부은 자금만 총 3조3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말 HDC현산이 인수 계약을 맺었지만 코로나19 이후 항공 업황이 급격히 악화된 여파로 지금은 현재 계약 파기 절차만 남은 상황이다. 채권단과 정부는 우선 기간산업안정기금 재원을 통해 아시아나항공에 자금 지원을 하고, 채권단 관리 등 구조조정을 거쳐 내년께 재매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기업 지원과 구조조정은 산은의 최대 과제로 떠오른 상태다. 두산중공업·대한항공 등 굵직한 기간산업도 코로나19 이후 잇달아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 산은 등 채권단에서 유동성 지원을 받은 뒤 현재 자구안에 따른 정상화 노력을 이행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3월 현대중공업과 M&A를 맺은 대우조선해양 매각 작업도 각국에서 기업 결합 심사가 지연되면서 아직 산은 관리하에 있다. 쌍용자동차도 유동성 부족 가능성이 커 산은이 매일 회사 유동성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정부가 '코로나19 이후'를 표방하며 추진하는 '한국판 뉴딜'에서도 산은은 정책금융 선봉장에 서 있다. 산은은 20조원 규모 정책형 뉴딜펀드 중 4조원을 성장사다리펀드와 함께 출자해야 한다. 정부 재정과 함께 손실 부담도 떠안는다. 또 뉴딜 기업 경쟁력 강화를 돕기 위해 저금리 대출을 기업은행·수출입은행과 함께 70조원 공급한다.
이 같은 산은의 '소방수' 역할이 비대해지면서 당초 이 회장이 추진해온 산은 내부 조직 혁신 과제는 우선순위가 뒤로 밀렸다. 이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산은 내 구조조정 기능을 축소하고 혁신금융 조직을 키우는 개편 방안에 힘을 쏟았다. 그는 "구조조정은 과거, 혁신금융은 미래"라며 산은이 국책은행으로서 신산업 육성과 글로벌 경쟁력 확대를 도모해야 한다는 철학을 강조해왔다. 이에 따라
이후 구조조정 기능을 전담할 자회사 KDB인베스트먼트가 지난해 7월 설립됐다. 그러나 KDB인베스트먼트에는 아직까지 대우건설 자산만 이관됐고, 구조조정 업무가 산은 손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