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뉴딜펀드' 놓고 투자업계 술렁…"용두사미로 끝날 것"
문재인 정부가 한국판 뉴딜정책의 자금 공급 방안으로 내놓은 뉴딜펀드를 둘러싸고 투자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관제펀드의 흑역사를 반복할 것이라는 비판 속에 시작부터 삐거덕거리는 모습이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8일 서울 여의도 수출입은행에서 '그린뉴딜 분과 1차 회의'를 열고 "뉴딜 분야 투자의 정책적 필요성을 감안할 때 뉴딜펀드에 대한 지원은 과도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뉴딜펀드의 손실을 국민 세금으로 메운다는 지적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향후 5년간 20조원 규모의 정책형 뉴딜펀드를 조성하고 10%까지 손실을 보전해 줄 계획이다.
정책형 뉴딜펀드는 정부와 정책금융기관이 조성한 모(母)펀드가 35% 수준(7조원 규모)을 출자하고, 나머지 13조원은 은행과 연기금 등 민간자금을 매칭해 자(子)펀드를 만드는 구조다. 정부 재정이 10% 가량의 후순위 출자를 맡으며, 투자 위험을 정부가 떠안는 형태다.
뉴딜펀드는 기본적으로 원금 보장 상품이 아니다. 원금보장형 상품이 아닌 '원금보장추구형'으로 설계된다고 설명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정부가 투자위험을 먼저 떠안는 구조라는 점에서 손실 위험이 크지는 않다. 실적배당형 상품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원금보장형 상품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하지만 투자 손실을 세금으로 부담한다는 점에서 뉴딜펀드의 수익률이 너무 높거나 낮아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익률이 높다면 위험성이 큰 투자가 이뤄진다는 것이고, 낮다면 반대로 수익률이 낮아 자금 유입력이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뉴딜펀드가 관제펀드의 흑역사를 되짚을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녹색펀드'나 '통일펀드'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이다.
급기야 한 외국계 증권사는 뉴딜펀드가 버블을 조장할 것이라 지적했다. 홍콩계 증권사인 CLSA는 전날 뉴딜펀드를 정면 비판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펀드매니저로 데뷔했다(Moon's Debut as a fund manager)'란 제목의 리포트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이 보고서는 뉴딜펀드가 도덕적 해이와 구축효과(Crowding-out)를 조장하는 전통적 사례라고 비판했다. 뉴딜펀드는 K뉴딜지수를 기반으로 하고, K뉴딜지수는 배터리, 바이오, 인터넷, 게임 등 이른바 'BBIG' 종목들로 구성되는데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 기업들은 패자(Loser)가 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뉴딜펀드가 결국 '용두사미'로 끝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뉴딜펀드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라며 "시장의
이 관계자는 "세금을 투입해 원금을 보장하는 방식의 상품은 장기적으로 존속하기 어렵다"며 "K뉴딜지수에 포함된 업종은 정부 테마주로 변질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hjk@mkinternet.com]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