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권 대표 부촌인 동부이촌동 소재 건영한가람아파트가 내달 첫 리모델링 설명회를 열고 본격 정비사업 시동을 건다. 북측으로 용산공원, 남측으로 한강을 품은 입지를 바탕으로 낡은 아파트를 허물고 새 아파트를 올려 단지 가치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한가람 일대 비슷한 연식 아파트가 다수 분포한 가운데 리모델링 사업 시동을 건 한가람아파트가 주변 시세를 끌어올리는 촉매 역할을 할 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지난 5일 기자가 방문한 서울 용산구 이촌동 2036가구 규모 한가람 단지 현장은 리모델링에 대한 기대가 한창이었다. 이 단지는 내달 리모델링 사업 설명회를 열고 조감도와 설계도 등을 공개하기로 했다. 리모델링 기대감에 최근 매물 손바뀜이 잇달으면서 곳곳에서 이삿짐을 옮기는 사다리차가 눈에 들어왔다. 설명회를 기점으로 사업속도를 높이고 내년 중 조합설립 단계를 거쳐 시공사 선정 작업까지 들어가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 내달 리모델링 주민설명회를 여는 서울 이촌동 소재 한가람 전경. <홍장원 기자>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 아파트 전역에서 연일 신고가 랠리가 펼쳐지는 가운데 이 일대 시세는 비교적 완만한 상승세를 보여왔다. 지난해 9월 높게는 13억3000만원에 거래됐던 한가람 전용면적 59㎡ 매물은 지난달 14억2000만원, 15억원에 각각 계약서가 오갔다. 하지만 최근 들어 호가를 직전 고가 대비 단번에 1억5000만원이나 올린 16억5000만원짜리 매물이 접수됐다. 1년치 상승폭을 한꺼번에 올려받겠다는 집주인 자신감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단지 인근 A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내달 열리는 설명회로 단번에 리모델링 사업이 본격화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대감을 품은 집주인들이 내놨던 매물을 거둬들이고 가격표를 올려 다시 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초 이 일대는 2018년 한가람을 포함해 주변 강촌, 코오롱, 대우, 우성 등 5개 단지 5000여가구가 함께 '통합 리모델링'을 추진했던 이력이 있다. '규모의 경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5개 단지가 머리를 맞대고 주민설명회 등을 열었지만 이해관계가 갈린 단지별 다툼이 불거지자 사업 동력을 급격히 상실했다. 우성·코오롱 등 단지가 잇달아 탈퇴의사를 밝히며 단지별 '각자도생(各自圖生)' 수순으로 접어들었다.
한가람은 공동 리모델링을 추진했던 5개 단지중 가구수가 가장 크다. 기존 2036가구는 리모델링을 거치면 약 300가구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300여가구 일반분양을 통해 가구당 분담금을 어떻게 최소화할 수 있을지가 향후 관전포인트다.
인근 단지인 동부이촌동 강촌아파트와 이촌코오롱아파트 역시 사업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6일 공동리모델링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강촌이
1001가구, 이촌코오롱이 834가구로 합치면 규모가 총 1800여 가구에 달한다. 바로 붙어있는 두 단지는 부지 내 일부 동이 섞여 있는 형태다. 힘을 합치지 않으면 기형적인 단지 모양이 될 공산이 커서 공동 사업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두 단지는 지난달 29일 유튜브를 통해 리모델링 사업설명회도 열었다.
[홍장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