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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주가가 하락한 종목들은 애플, 테슬라, 아마존, 넷플릭스, 알파벳, 엔비디아, 줌 등 그간 상승장을 주도했던 정보기술(IT) 관련 기업들이다. 특히 애플과 테슬라는 지난 8월 말 액면분할을 전후해 투자자들이 몰려서 과도하게 올랐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날 폭락세는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오른 종목들에 대한 알고리즘 매도가 자동적으로 이뤄진 영향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크루즈선 업체인 카니발, 노르웨이크루즈 등은 이날 폭락장에서 각각 5.2%, 3.8% 올랐다. 유나이티드항공, 부킹홀딩스가 각각 1.4%, 0.2% 오르는 등 항공·여행주들은 반대 모습을 보였다. 투자자들이 과도하게 오른 종목에서 차익 실현에 나서고, 저평가됐거나 경기 회복에 따른 상승 기대감이 있는 종목들은 매입에 나선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이날 하루 급락장세가 '민스키 모멘트'가 될 것으로 보기에는 이르다는 해석이 많았다. 증시 상승의 최대 동력이 됐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조 변화를 특별히 시사한 적이 없고 악재가 될 경제 통계 발표가 없었던 점도 이런 해석에 무게를 싣고 있다.
하지만 가을을 맞아 코로나19 사태가 다시 확산되고 투자자들 사이에 불안감이 팽배해지기 시작하면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시장이 움직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알리안츠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모하메드 엘에리언은 CNBC에 "펀더멘털(실물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추가로 10% 떨어지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미국 증시에서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이날 하루 26% 상승해 33.6까지 올라갔다. 이 지수는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82까지 올라갔다가 이후 점점 안정됐고 8월 이후에는 줄곧 20대 초반에 머물렀다.
나스닥 급락은 국내 증시에도 영향을 미쳤지만 개미들이 공격적으로 지수 받치기에 나서며 낙폭은 예상보다 심하지 않았다. 4일 코스피는 1.2% 하락한 2368.25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 지수는 866.04로 0.9% 떨어졌다.
이날 장 초반 지수가 급락하자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대거 몰려들었다. 개인투자자는 이날 하루에만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1조2854억원, 2241억원을 순매수했다. 거래소에 따르면 1조2854억원이란 규모는 유가증권시장 일별 개인투자자 순매수 대금 기준 역대 5위에 이른다.
지난달 31일부터 4일까지 일주일간 외국인은 2조1190억원을 순매도했으나 개인투자자가 3조3802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를 방어했다. 종목별로는 증시 상승을 이끌어왔던 BBIG(전기차 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주가 대부분 하락했다. 테슬라의 급락으로 인해 LG화학과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주요 업체의 주가도 3%가량 빠졌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0.8%, 엔씨소프트는 2.6% 하락했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내 협의통화(M1) 통화량이 작년 대비 30%를 넘는 등 유동성이 어마어마하게 풀렸고 이 같은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보여 상승 추세가 바뀐 것은 아니다"며 "오히려 나스닥의 이런 단기 조정이 더 오를 수 있는 에너지를 비축하는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일단 국내 증시는 개인 매수에 힘입어 단기 조정에 그치겠지만 급락이 몇 번 반복되면 국내 개인들의 분위기도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 = 박용범 특파원 / 서울 = 우제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