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구구식 보험약관 운영으로 보험사와 소비자 간의 갈등이 빚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상해로 인한 창상봉합술(상처봉합수술)에 대한 수술비 보험금 지급 기준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심지어 대형 보험사조차 "다른 보험사에서 보험금을 지급하면 우리 회사도 지급한다"는 식의 대응까지 확인되고 있어 보험사가 입맛대로 보험금 지급 여부를 쥐락펴락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험약관이 무색하다는 것이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한 대형 손해보험사에 창상봉합술에 따른 수술비 보험금 지급 청구건이 접수됐다. 보험금 청구금액은 50만원이다.
하지만 이 보험사는 창상봉합술은 수술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보험금을 못준다고 통보하면서도 "다른 보험사에서 보험금을 받으면 우리도 주겠다"고 약속했다.
해당 손보사가 운영하는 보험약관의 수술의 정의를 보면 "수술이라 함은 병원 또는 의원의 의사, 치과의사의 자격을 가진 자에 의하여 치료가 필요하다고 인정한 경우로써 의사의 관리 하에 치료를 직접적인 목적으로 기구를 사용해 생체를 절단, 절제 등의 조작을 가하는 것을 말한다"고 써 있다. 특히, 수술의 정의 중 "절단, 절제 '등의' 조작"이란 부분을 해석하는데 있어 창상봉합술도 수술에 포함된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이럼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이 보험사는 지난 4월 약관개정을 통해 기타 수술의 정의에 해당하지 않는 시술이라는 항목을 만들어 '체외 충격파 쇄석술', '창상봉합술 등'을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 이같은 의도는 앞으로 창상봉합술에 대한 보험금 지급 분쟁을 종결하겠다는 의미와 함께 개정 전 보험약관상 수술의 정의에 따라 창상봉합술도 수술비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을 이미 인지하고 있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해당 보험사뿐만 아니라 생명보험사를 포함한 보험업계는 그동안 재해에 따른 창상봉합술에 대한 수술비 보험금 지급을 회피하기 위해 "몇 바늘 꿰맨 걸 가지고 보험금을 주면 보험사 문 닫아야 한다". "얼굴에 기스난 것 가지고 조금 꿰맸는데 수술비 보험금을 주는게 말이 되느나"며 창상봉합술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하면 보험사 손해가 커진다는 점과 수술로 볼 수 없다는 점을 피력해 왔다. 이 때문에 관련 보험금 분쟁이 현재까지 적지 않고 보험사마다 보험금을 준 곳도 아닌 곳도 있어 같은 보험약관을 다르게 해석해 논란이 계속 일고 있다.
보험약관에는 이같이 해석의 논란이 있으면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계약자인 소비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보험약관 제44조를 보면 "약관의 해석에 있어 회사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약관을 해석하여야 하며 계약자에 따라 다르게 해석하지 않는다. 회사는 약관의 뜻이 명백하지 않을 경우에는 계약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이에 따라 창상봉합술이 수술이 맞는지 애매하다면 계약자인 소비자에게 유리하도록 판단해야 하는 게 보험약관의 원칙이다. 또, 보험약관에는 "보험사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사유 등 계약자나 피보험자에게 불리하거나 부담을 주는 내용을 확대해 해석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보험사 관계자는 "근육이 손상돼 수술하는 근봉합술은 수술로 보지만 창상봉합술은 보험사에서 수술로 인정하지 않는다"면서도 "창상봉합술은 꿰맸는데 얼마나 꿰맸는지, 상처의 깊이가 어떤지 보기에 따라 수술로 볼지 여부가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 경우에 따라서는 꿰매지 않는 경우도 있지 않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술비 보험금 지급 여부도 애매한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현재까지도 창상봉합술에 대한 수술비
[전종헌 기자 cap@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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