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들은 코로나19 소상공인 지원 조치, 사모펀드 배상, 한국판 뉴딜펀드 등 금융감독 당국과 관련된 이슈들을 고려해 향후 경영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이 같은 리스크를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는 판단이지만 경제 상황이 나빠질 수 있어 선제적인 건전성 관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우선 코로나19 사태 이후 시행됐던 소상공인·중소기업 대상 대출 만기 연장, 이자 상환 유예 조치를 6개월 연장하면서 은행으로서는 불확실성이 확대된 상황이다. 해당 조치는 당초 다음달 말까지 시행이 예정돼 있었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어려움이 지속되면서 지난 27일 연장이 결정됐다.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한 불가피한 선택인 측면도 있지만 만기 연장·상환 유예 조치라는 점에서 부실이 '이연'되는 효과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자 상환 유예는 상환해야 할 이자가 없어지는 것이 아닌 데다 기업이 정상적으로 가동되는지 은행들이 파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6개월 연장되는 것은 그만큼 리스크가 더 확대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14일 기준 은행권 대출 만기 연장은 51조3180억원(17만8168건), 이자 상환 유예는 391억원(3480건) 실행됐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이자 상환 유예 신청 건수나 금액이 그리 크지 않아 금융권에서도 일단 연장에 동의했지만 향후 추이가 어떻게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나·우리은행 등 금융회사가 2018년 11월 이후 판매된 라임 무역금융펀드에 대해 원금을 반환하라는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안을 수용하기로 한 것 역시 하반기 경영 환경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분쟁조정안 수용을 둘러싼 금감원 압박에 라임펀드 판매 금융회사들도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이를 수용하기로 했지만 환매 중단 사모펀드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추후 분쟁조정 때 원금 반환에 대한 요구가 지속적으로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윤창현 미래통합당 의원실에 따르면 라임 계열 펀드를 포함해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펀드(DLF), 디스커버리 펀드, 이탈리아 건강보험채권 펀드, 교보 로얄클래스 펀드, 젠투파트너스 펀드 등 현재까지 환매 중단된 사모펀드의 은행 판매액은 모두 1조2797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우리은행이 5021억원으로 가장 많고 신한은행(3580억원)과 하나은행(2344억원), 기업은행(1230억원) 등이 뒤를 잇는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사모펀드 이슈가 어디까지 번질지 모르는 상황인 데다 초유의 '원금 반환' 사례까지 나오면서 배상에 대한 요구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한국판 뉴딜펀드' 또한 은행 건전성 관리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아직 조성 규모나 방식에 대해서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은행권이 뉴딜펀드에 '후순위 대출'로 참여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한국판 뉴딜펀드가 선순위대출과 후순위대출, 출자금으로 구분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개인 투자자금은 선순위대출로 손실 발생 시 우선적으로 회수할 수 있도록 하되 은행이나 정책금융기관 자금을 후순위대출로 둬 손실을 먼저 흡수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국판 뉴딜펀드가 연 3% 정도 수익률과 사실상 원금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설계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위해 은행들이 바탕을 깔아준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저금리 기조에서 연 3% 수익률을 낼 수 있는 대출이라면 리스크가 수반될 수밖에 없다"며 "은행이 후순위 대출로 들어간다면 그만큼 예상 손실이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변수에 따라 올 상반기에 전년보다 두 배 넘게 충당금을 쌓은 은행들은 올해 3분기에도 많은 충당금
[최승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