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시장 혼란 ◆
↑ 내년부터 크게 늘어나는 세금 부담을 피하기 위해 법인들이 수도권과 지방 아파트를 우선 팔아치우고 있다. 사진은 최근 가격이 뛰면서 규제지역에 편입된 경기도 수원시의 한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 출처 = 매경DB] |
내년부터 크게 늘어나는 주택 보유세·양도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법인들이 아파트를 팔고 있는 가운데 특히 수도권과 지방 매물이 우선 매도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 과잉 유동성으로 인한 집값 거품론이 제기되는 가운데 법인들이 향후 가격 조정 가능성을 고려해 서울보다는 수도권과 지방 아파트부터 팔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까지 법인이나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수도권·지방 아파트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서울과 비서울 지역 간 가격 양극화가 심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달 법인 소유 아파트 매도가 집중된 경기도에선 △하남 944건 △수원 355건 △안성 280건 △고양 264건 △성남 164건 △용인 160건 △화성 147건 순으로 매도량이 많았다. 최근 3~4년 사이 아파트값이 많이 올라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경기 남부 지역이 대부분이다.
이처럼 법인들이 수도권과 지방 소재 아파트를 많이 매도한 것은 최근 3년 사이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서울에서 가장 강도 높게 적용되면서 법인의 부동산 투자가 서울보다는 수도권과 지방을 중심으로 많이 이뤄진 것이 1차적인 원인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향후 집값이 하락세로 접어들면 서울보다는 수도권 지방부터 조정받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법인들이 수도권과 지방 아파트를 먼저 팔고 있다고 지적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법인들이 아파트를 팔고 있는 것은 절세 목적과 함께 앞으로 집값 상승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인식에 기반한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매매가격과 전세금 차이가 적어 갭투자를 하기 유리했던 수도권과 지방부터 우선 매물을 쏟아내면서 해당 지역에서는 가격 하락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방 부동산 가격 급락세는 청주 등 일부 지방에서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방사광 가속기 유치 이슈로 지난 4~5월 단기 급등했던 청주 '지웰시티'는 6·17 대책 이후 집값이 떨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청주 지웰시티 전용 99㎡는 지난 6월 5억5500만원까지 거래됐으나 한 달 뒤인 지난달엔 4억4700만원에 손바뀜됐다. 현지에선 세 부담이 커진 법인이 내놓은 물건이 하락세를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6·17 대책 직후부터 법인이 매물을 내놓아 급매물이 어느 정도 정리됐다"면서도 "전세 물건을 찾는 세입자는 종종 있는데 매수 희망자는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6·17 대책에서 투기과열지구가 된 인천 남동구 '구월힐스테이트'도 집값이 수천만 원 떨어졌다. 전용 83㎡가 지난 5월 4억9000만원에 거래됐으나 7월엔 4억3900만원까지 떨어진 채로 손바뀜됐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법인들은 매수자 이사비용까지 부담하면서 서둘러 매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 상황과 유동성 축소 여부 등에 따라 법인의 주택 매도 규모와 범위는 앞으로 커질 수 있다고 예상한다. 고 원장은 "종합부동산세율 인상이 실제 적용되는 내년 6월 1일 이전까지 절세 목적의 법인 매물이 지속적으로 쏟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법인이 서울 강남에 고가 아파트를 2채 이상 보유하고 있으면 내년에 내야 할 보유세는 올해보다 20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예컨대 A씨가 법인 명의로 서울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전용 84㎡)와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전용
[최재원 기자 / 박윤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