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대부업체가 대출을 희망하는 차주에게 대출을 하되 해당 대출 채권을 담보로 제공해 여전사·저축은행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특히 '15억원 초과 대출 금지' 조치가 시행된 이후 서울 강남권에서 공격적인 영업 행보를 보여온 대부업체들이 이 같은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방식을 통한 대출을 차단하기 위해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일부 여전사·저축은행들이 부동산 대출 규제를 피해 대부업체에 자금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우회하는 사례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이 같은 '규제 우회'는 주로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확대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주택 가격 9억원 이하까지는 40%, 9억원 초과분은 20%가 적용되고 있다. 15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에 대해서는 아예 주택담보대출이 금지됐다. 이러한 부동산 규제가 은행은 물론 여전사·저축은행 등 제도권 금융회사에 공통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대부업체는 이 같은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현행 금융 관련 법령으로는 대부업체 주택담보대출을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주로 고가 아파트가 밀집해 있고 제도권 금융회사들 대출 영업이 막힌 서울 강남권에서 대부업체들이 영업에 공세적으로 나서는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실상 서울 강남권이 '무주공산'에 가깝기 때문에 대부업체들이 공격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들 대부업체 상당수가 여전사·저축은행에서 자금을 공급받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업체가 대출자에게 대출해주면 해당 대출 채권을 여전사·저축은행에 담보로 맡기고 이들 측에서 다시 대출을 받는 형태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A대부업체가 서울 강남권에서 주택을 구입하려는 사람에게 10억원을 대출해주면 해당 대부업체가 대출 채권을 5억원씩 나눠 B저축은행과 C캐피털사에 담보로 맡긴 뒤 그만큼을 다시 대출받는 식이다.
주택담보대출 채권인 만큼 대부업체는 여전사·저축은행에서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여전사·저축은행은 LTV·총부채상환비율(DTI)·원리금상환비율(DSR) 등 부동산 규제를 적용받지 않으면서도 '간접적으로' 주택담보대출에 참여해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대부업체와 여전사·저축은행들로서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방식인 셈이다.
하지만 부동산 대출 규제 대상인 여전사·저축은행 자금이 규제 한도를 넘는 영역으로 흘러가는 것이어서 사실상 '대출 규제 우회로'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을 수 있지만 자금 흐름 측면에서 부동산 대출 규제를 우회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도 이 같은 방식을 통한 우회 대출을 인지하고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이 같은 방식을 활용한 대출 규모가 그리 큰 수준은 아니지만 허점이 확인된 만큼 선제적으로 빈틈을 메우겠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와 동시에 대부업 대출 자금 흐름도 깊이 있게 들여다볼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업체들이 부동산 가격 급등 흐름에 편승해 사실상 '약탈적 대출'을 늘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업에 대해 직접적인 대출 규제를 적용할 방법은 없지만 대부업체로 흘러가는 자금 흐름을 조절해 간접적인 규제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
[최승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