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08월 18일(16:18)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SK루브리컨츠가 또다시 지분 매각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엑손모빌(Exxon Mobile)과 협상이 결렬된 이후 거래 상대방을 다시 찾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딜이 성사되기 쉽지 않으리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경영권이 포함되지 않은 소수 지분인 데다, 투자 시 자금회수 방법도 마땅치 않아서다. 윤활유 산업의 성장성이 불투명한 점 역시 부정적인 요인이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루브리컨츠는 최근 소수 지분(Minority)을 매각하기 위해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을 자문사로 선정했다. 일각에 알려진 것과 달리 경영권 통매각을 고려하진 않고 있다. 현재 매각 측은 목표 밸류에이션, 출회 주식수 등을 협의 중이다.
시장 관계자는 "그룹 내 시나리오 중 경영권 매각은 아예 없으며, 신주 없이 구주만 내놓을 계획"이라며 "지난해 엑손모빌과 협상했던 것처럼 전략적 제휴 파트너를 찾는 모양새로 이해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SK루브리컨츠는 절치부심 끝에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을 해결사로 택했다. 씨티증권은 2015년 MBK파트너스, 2019년 엑손모빌의 SK루브리컨츠 인수 자문을 각각 맡았었다. SK그룹이 글로벌 기업과 국내 대형 사모펀드(PEF)를 골고루 자문한 씨티증권의 '원매자 섭외력'에 베팅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지분 매각 삼수생' SK루브리컨츠를 어떻게 평가할까. 이번에도 거래가 성사되기 어려우리란 전망이 많다. 우선 거래 대상에 경영권이 빠진 점이 걸림돌이다. 전략적투자자(SI)들이 선호하지 않는 방식이라 인수 후보군들이 좀처럼 수면 위에 나타나지 않는다.
정유업계 인수합병(M&A) 담당자는 "초기 단계도 아니고 성숙된 산업에 경영권 없는 마이너리티 투자를 할만한 기업은 국내에 없을 것"이라며 "조인트벤처나 합자회사 방식에 비해 우위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해 말 엑손모빌과 협상에 나섰던 건 상대방 측의 의지가 이례적으로 강한 덕분이었는데, 그만한 원매자를 데리고 오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란 말도 덧붙였다.
SI가 마땅치 않다면 실질적인 타깃은 사모펀드(PEF)일 것이다. 지분 100% 기준 SK루브리컨츠의 몸값이 약 4조원으로 추정되는 걸 감안하면, 거래 가격은 최소 2조원 안팎으로 추정 가능하다. 글로벌 PEF와 국내 대형사(MBK·한앤코·IMM·스틱·JKL) 정도만 소화 가능한 덩치인 셈이다. 이들은 투자 후 자금회수(엑시트)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을 우려한다. 향후 SK루브리컨츠를 사줄만한 글로벌 기업을 찾기 어려울 뿐 아니라 기업공개(IPO) 시장을 활용하기도 쉽지 않아서다. SK루브리컨츠는 지난 2018년까지 총 세 차례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하기 위해 국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에 나섰다. 하지만 만족할만한 평가를 받지 못해 세 차례 모두 상장을 철회한 바 있다.
글로벌 PEF 관계자는 "2014년 이후 웬만한 대형사들은 SK루브리컨츠를 한 번씩 들여다 본 상황"이라며 "재무상태는 나름 괜찮은 편이지만 사겠다는 기업이 없고, 자동차 시장 재편 속도도 빨라 투자하겠다 결정내리긴 어려웠다"고 말했다.
사업 모델에 대한 우려도 있다. SK루브리컨츠의 주력 제품은 자동차용 고급 기유(Base Oil)과 윤활유(Lubricant)다. 환경과 연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회사 실적 역시 우상향을 그려왔다. 하지만 전기차, 수소차를 필두로 자동차 시장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어, 회사의 향후 성장성이 예전만치 않으리란 분위기가 강하다. 올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1조2860억원, 영업이익은 66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3%, 43%씩 줄어들었다.
업계에서는 매각 측이 후보군에게 납득할만
[강우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