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금리 내렸더니…34만명 불법사채로

2018년 대부업 최고 금리를 약 4%포인트 인하한 이후 2년간 대부업 이용자 수가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반대로 같은 기간 불법 사금융을 제공하는 사채업자 수는 50% 이상 늘어나면서 '최고 금리 풍선효과'가 나타났다는 지적이다.
여당을 중심으로 법정 최고 금리를 연 10%로 제한하자는 주장이 제기되는 가운데 무리한 금리 제한이 서민들의 제도권 금융 이용 기회를 오히려 축소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6일 윤창현 미래통합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연간 등록 대부업체(상위 20곳) 이용자 수는 2017년 104만5000명에서 2018년 81만4000명, 2019년 53만명으로 급격하게 줄었다. 정부는 2018년 2월 대부업 최고 금리를 연 27.9%에서 연 24%로 3.9%포인트 낮췄는데, 최고 금리 인하 이후 2년간 대부업 이용자 수가 절반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대부업 대출 규모 또한 큰 폭으로 감소했다. 대부업 연간 신규 대출액은 2017년 7조257억원에서 2018년 5조6287억원으로 줄었고, 2019년에는 4조922억원까지 떨어졌다. 2년간 40% 넘게 감소한 것이다.
이처럼 대부업 이용자 수·대부업 대출 잔액이 최고 금리 인하 이후 축소된 것은 대부업체들이 그만큼 대출을 줄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부업 이용자들이 저신용자임을 고려하면 연체율이 그만큼 높을 수밖에 없는데, 인하된 최고 금리 수준을 고려해 손실률을 맞추려면 낮은 신용도에 있는 대부업 이용자부터 축소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연간 대부업 이용자 가운데 7~10등급 저신용층은 2017년 60만6000명이었지만 2019년에는 26만6000명으로 34만명 감소했다. 2년 새 56.1% 줄어든 것이다. 반면 이들보다 신용도가 높은 1~6등급 신용자들의 대부업 대출 이용자 수는 43만9000명에서 26만4000명으로 39.9% 감소하는 데 그쳤다. 사실상 대출시장 가장 밑단에 속한 저신용자들부터 제도권 밖으로 밀려나게 된 셈이다.
이들 제도권 대부업 시장에서 밀려난 사람 상당수는 불법 사채 시장으로 향한 것으로 분석된다. 금감원에서 파악하고 있는 미등록 대부업자 수는 2017년 3284곳에서 2019년 1만474곳으로 3배 넘게 폭증했다. 불법 사금융 피해 민원 건수 역시 급증했다. 불법 사금융 피해 민원으로 접수된 사채업자 수는 2017년 622명에서 2019년에는 981명으로 증가했다.
최고 금리 인하에 따른 '풍선효과'가 불법 사금융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통계로도 드러난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서민들이 그나마 법적 보호를 받는 대부업에서 사채 시장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상황은 이렇지만 여전히 여당에서는 법정 최고 금리 상한선을 낮추자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등록 대부업체 최고 금리를 연 10%로 낮추자고 건의하는 편지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 176명에 보냈다. 문진석·김남국 의원 등은 최고 금리를 연 10%로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이자제한법과 대부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최고 금리 인하에 따른 풍선효과는 부동산 금융으로도 번져가고 있다. 대부업체들은 이 같은 서민대출의 '빈자리'를 주택담보대출로 채운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대부업 주택담보대출은 2842억원으로 전체 대출 중 4% 수준에 그쳤지만 지난해에는 7005억원으로 17.1%까지 늘었다. 수익성이 확보된 유주택자를 대상으로 영업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현재 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등 주택담보대출 규제는 대부업권에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 윤창현 의원은 "이자는 돈의 값으로, 가격에 개입할 때에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며 "이자를 급격히 낮췄을 때 저소득층이 불법 사채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만큼 입법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승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