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금융의 판이 바뀌고 있다. 금융산업 뿐만 아니라 개인의 금융생활 변화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제로금리로 대표되는 초저금리 시대가 변화의 기반을 제공했고 코로나19사태로 변화의 속도가 한층 빨라지고 있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우리경제가 초단기자금을 의미하는 '숏머니'에 심하게 휘둘리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가 촉발한 초저금리, 유동성과잉 현상이 금융시장을 초단기 자금이 득세하는 '숏머니' 장세로 바꾸고 있다. '한군데 머무르는 돈'으로는 더 이상 수익을 창출할 수 없는 제로금리 시대가 예상보다 빠르게 도래하면서,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으면서도 언제든지 환매가 가능한 단기 대기성 자금이 폭증하고 있다.
11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시중에 풀린 현금 유동성을 나타내는 광의통화(M2) 중에서도 정해진 예치 기간이 없거나 1년 미만의 초단기인 부동자금 규모가 2387조3152억원으로 집계됐다. 현금통화,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예금, 만기 1년 미만 정기예·적금, 머니마켓펀드(MMF), 양도성예금증서,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매출어음, 발행어음, 환매보건부채권매도 등이 포함된 수치다.
이같은 단기부동자금은 지난해 말 2251억5733억원이었다가 올해 들어서만 136조원(6.0%) 급증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으로 미국이 0.5%포인트 금리인하 '빅컷'을 단행한 3월 초 직전부터 유동성이 급등한 모습을 보였다. 2월에만 52조3792억원(2.3%) 늘었고, 이후 코로나19 대응 금융지원책이 본격화한 3~5월에는 76조1000억여원 증가했다.
언제든 현금화할 수 있지만 투자처를 찾지 못해 떠다니는 이런 거대 유동성은 언제든 부동산·주식 등으로 쏠릴 수 있다. 다만 현 정부의 정책기조가 부동산에 대해 유례가 없을 정도로 강한 규제를 가한다는 것이라서, 최근 들어 부동산보다는 주식쪽으로 쏠림이 나타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통계에 따르면 주식시장으로 들어갈 준비를 마친 증시대기자금 성격을 갖고 있는 투자자예탁금은 코로나19 이전 20조원대에 불과했지만, 이후 전세계 중앙은행과 정부의 금리인하와 돈풀기로 증시로 돈이 속속 몰리면서 최근 50조원도 돌파,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7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49조2196억원이었다.
이처럼 증시로 많은 돈이 들어오자 코로나19로 인해 경제가 입은 내상이 회복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유가증권시장(코스피)는 연일 상승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8월 들어 코스피는 예외없이 계속 상승했으며, 11일에는 2418.67로 마감, 2400의 벽도 넘었다. 지난 3월 19일 1457.64까지 추락했던 코스피는 약 5개월만에 연고점을 뚫고 65.9% 상승하며 증시 역사상 최고점
[박인혜 기자 /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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