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압구정 현대아파트 |
지금까지 정부는 재건축 규제 완화가 강남 집값의 불쏘시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지만, 주택 수요가 높은 강남의 주택 공급량을 확보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커지자 결국 규제완화 카드를 꺼냈다. 35층 층수제한 규제 입장이 단호했던 서울시도 이번 대책에서는 입장을 바꾸며 적극적으로 나섰다.
공공 재건축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의 공공기관이 참여해 사업을 함께 이끌어가는 새로운 형식으로 주택소유자 3분의 2의 동의가 필요하다.
용적률과 층수제한 등 도시규제 완화를 통해 주택을 기존 가구수보다 2배 이상 공급하고 증가한 용적률의 50~70%는 기부채납으로 환수한다.
용적률은 300~500% 수준으로 완화해주기로 했다. 용적률 500%는 준주거지역 용적률 상한으로, 정부는 이를 위해 종상향도 적극적으로 허용할 방침이다.
고밀 재건축을 통해 기부채납 받은 주택의 절반 이상은 장기 공공임대로 공급하고 나머지는 무주택, 신혼부부 및 청년 등을 위한 공공분양으로 활용한다.
↑ [자료 출처 = 정부] |
하지만 이 단지가 용적률을 총 500%까지 받으면 가구수는 500가구가 늘고, 이 중 250가구는 일반분양된다. 나머지 250가구는 기부채납받아 절반씩 공공임대와 공공분양으로 배분되는 방식이다.
정부는 이날 발표에서 재건축 규제 완화로 인한 시장이 과열되는 조짐을 보이는 재건축 단지나 인근 단지에 대해선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재건축 단지의 용적률 상향이 추진되면서 서울시의 35층 층수 제한도 자연스럽게 풀리는 모양새다. 서울시가 도시계획을 수정하면 층수제한은 풀릴 수 있다.
그동안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등이 재건축을 추진하면서 층수를 50층까지 올리는 방안을 추진해 왔으나 서울시의 층수 규제에 막혀있었다.
이 외에도 압구정동 현대아파트가 49층 아파트 건립계획을 수립한 바 있고, 송파구 신천동 장미아파트 등도 50층으로 건물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다만 재건축 조합들이 적극 참여할 지 여부가 관건이다. 일단 일반 재건축이 제외됐다. 당정은 공공 재건축 외 일반 재건축에도 이를 적용하는 방안을 막판까지 검토했으나 결국 빠졌다.
공공기관의 사업 시행 참여가 걸림돌이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재건축 사업은 조합원간 첨예한 갈등이 상시적으로 존재하는 사업 특성상 안그래도 의견이 분분하다. 여기에 LH 등 공공기관이 개입하면 원활한 사업 추진이 가능할 지 여부가 지적된 것.
게다가 정부는 용적률 인센티브를 부여하기로 하면서도 이를 통한 조합의 수익은 최대한 환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홍남기 부총리는 브리핑에서 "고밀개발로 인해 증가한 용적률의 50~70%를 기부채납하게 해 용적률 증가에 따른 기대수익률 기준으로 90% 이상을 환수할 예정"이라고 언급해 재건축을 통한 기대수익률이 10%밖에 되지 않는다면 조합으로선 쉽게 나서기 어려울 수 있다.
이 외에도 강남 주요 재건축 단지들의 층수제한 규제 완화에 부동산 시장이 다시 과열 조짐을 보일 수 있다는 예상에 정부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카드도 꺼냈다.
그러나 앞서 5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 송파구 잠실동이 실거주하겠다며 주택을 구입하는 현금부자들로 신고가 기록이 계속 갱신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어 적당한 카드인지 여부가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실제 한국감정원의 7월 서울 집값 통계를 보면 송파구는 0.91% 올라
층수제한이 풀려 한강변 아파트들이 50층 이상 올라가면 향후 한강 조망은 이들 아파트들이 독점할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한 일조권 문제도 고려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연 기자 enero20@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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