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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최근 여신·리스크 등 관련 부서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연체중인 소상공인 차주에 대한 부실 가능성을 '매우 높음'부터 '매우 낮음'까지 수준별로 예측·관리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했다. 우리은행도 최근 구축한 리스크 사전 예측 시스템을 차주 관리에 활용하라는 공문을 일선 영업점에 내려보냈다.
IBK기업은행은 기업 차주에 대한 전수 점검을 추진하고 있다. 이 은행은 앞서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연 1.5% 초저금리 대출을 통해서만 대출을 약 25만건 공급하는 등 신규 차주가 대거 늘었다. 이에 대해 기업은행 관계자는 "부실 여신이 유입되는 것을 조기에 막기 위해 부실 기업 선별 능력을 고도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기존 차주에 대해서도 위험도가 높은 기업부터 순차적으로 점검을 하고 필요하다면 구조조정 등 후속 조치까지 실시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은행권에선 특히 하반기 디스플레이·자동차·기계금속 등 소재·부품 산업에 대한 불안감을 내비치고 있다. 금융위에 따르면 전 금융권이 올해 2월부터 실시한 '민생·금융 안정 패키지' 자금 지원액을 가장 많이 받은 업종도 기계금속 제조업(26조5000억원)이었다. 자동차 제조업은 총 지원 금액이 9조원이지만 건당 평균 지원액은 5억2900만원에 달했다. 음식점업(3160만원)과 비교하면 16배를 넘는다. 이들 부품 업종에 대한 우려는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 유동성 위기뿐 아니라 산업 패러다임 변화 등 구조적 요인과도 얽혀 있어 더 복잡하다.
개인사업자 차주에 대해선 지원 건수 비중이 높은 음식점업과 소매업 등에 대한 우려가 크다. 현재까지 지원한 총 181만8000건 중 음식점업이 가장 많은 35만4000건, 이어 소매업이 30만3000건으로 집계됐다. 한 대형 은행 여신담당 임원은 "신규 대출 중 음식점·숙박·여행 관련 업종이 많다"며 "소상공인이라 대출 잔액 자체가 크진 않지만 집중해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하반기 은행들은 중소기업 대출 관리를 더 깐깐하게 할 것이란 전망도 뒤따른다. 앞서 한국은행은 '금융기관 대출 행태 서베이' 결과 올해 3분기 중 기업 대출 수요는 매출 감소·불확실성 탓에 증가하는 반면 은행 대출 공급은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3분기 중 국내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태도 지수는 -10으로, 2018년 4분기 이후 1년 반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전망됐다. 조사 대상 금융사 중 '대출 감소'라고 응답한 금융사가 더 많다는 의미다. 또 다른 시중은행 여신 담당자는 "코로나19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정부 방침에 따라 금융 지원을 계속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한다"면서도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담보나 보증 요구가 엄격해지는 등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이 대출 리스크를 관리하는 건 일상적인 업무지만 코로나19 피해 기업에 대한 만기 연장·이자 유예 조치가 장기화하는 국면에선 별도 리스크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고
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IBK기업 등 6대 은행은 지난 2분기에만 코로나19 관련 미래 전망을 반영한 신용손실 충당금으로 총 9774억원을 적립했다.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