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속도전을 펼쳐온 '임대차 3법(전월세신고제·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이 결국 국회 상임위원회를 모두 통과했다. 상가임대차에는 임대료 상한제나 계약갱신청구권이 도입됐지만 국내에서 주택 임대차에 가격 상한제나 계약갱신청구권이 도입된 건 처음이어서 시장에 파장을 불러올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기존 계약에 대한 소급 적용과 법 시행 전 집주인의 갱신 거절 등을 둘러싸고 앞으로 엄청난 시장 혼란과 부작용이 나타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후덕·박주민·백혜련·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을 묶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가결됐다. 통상 법안은 전체회의에서 논의된 뒤 소위원회에 회부돼 심사를 거치지만 민주당은 소위원회 논의 절차를 건너뛰고 법안을 곧장 의결했다. 전날과 마찬가지로 야당인 미래통합당 위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이틀 연속 여당이 법안을 강행 처리한 것이다. ▷관련기사 3·4·5면
이날 법사위를 통과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세입자 보호를 위한 이른바 '임대차 3법' 중 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하는 내용이다. 전날 전월세신고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 개정안이 국토교통위를 통과한 만큼, 이로써 임대차 3법이 모두 상임위 문턱을 넘어섰다. 민주당 계획대로 30일 본회의를 열고 주택임대차법을 통과시킬 경우, 내달 중순경 공포와 동시에 시행될 전망이다.
개정법안은 2년의 기본 임대 기간에 한 차례 계약을 연장해 2년 더 거주하게 하는 '2+2' 방식의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하고, 계약 갱신 시 임대료 상승폭을 기존 임대료의 5%이상 넘지 못하게 했다. 임대료 인상률과 관련해 직전 계약 임대료의 5% 내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를 통해 별도 상한을 정할 수 있도록 했다.
계약갱신청구권은 기존에 계약한 세입자도 행사할 수 있다. 사실상의 소급 적용이란 논란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법 시행 전에 임대인이 갱신을 거절하고 제3자와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경우 적용되지 않는다. 집주인(직계존속·비속 포함)은 또 주택에 실거주할 경우 계약 갱신 청구를 거부할 수 있다. 다만 집주인이 실거주하지 않는데도 세입자를 내보낸 뒤 갱신으로 계약이 유지됐을 기간 내에 새로운 세입자를 받으면 기존 세입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내달 중순께로 예상되는 법 시행을 앞두고 급격한 임대료 인상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 '반쪽 대책'이란 평가를 내놓고 있다. 갱신이 임박한 집주인들은 법 시행 전에 빨리 새로운 세입자를 구해 임대료를 높이거나 기존 계약 갱신이 종료된 시점에서 4년간 못올린 임대료를 한 번에 높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
[최재원 기자 / 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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