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펀드 판매액을 전액 배상하라는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 결정을 받아들일 것인지를 놓고 해당 은행들이 본격적인 '눈치싸움'에 들어갔다. 전액 배상안을 수락할 경우 향후 두고두고 인용될 선례를 남기게 되고, 그렇다고 금감원 결정을 앞장서서 거부할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졌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은 21일 이사회를 열어 라임 무역금융펀드 전액 배상안 결정 기한을 다음 이사회까지 미뤄달라고 금감원에 요청하기로 결정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금감원 분조위 결정을 수락하면 조정이 성립되고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발생한다"며 "분조위 결과를 좀 더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다음 이사회는 다음달 열릴 예정이다. 은행들의 금감원 분조위 수락 기한은 27일까지다. 앞서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분쟁 조정 과정에서도 하나은행은 5차례나 금감원에 연장 신청을 한 바 있다. 하나은행의 연장 요청은 예상된 수순이었다는 평가다. 우리은행과 신한금융투자 등 판매액이 큰 판매사들이 있는 상황에서 하나은행은 보다 신중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 연장신청한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은 분조위 결정을 받아들이면 '배임' 소지가 있다는 점도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송 절차가 있음에도 전액 배상을 결정하면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고 주주들이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사기로 드러난 여러 금융투자 상품이 있었지만 법원에서도 100% 배상 판결을 낸 적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금융 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한 변호사는 "불완전판매처럼 판매사 책임을 따지기보다는 착오가 있어서 계약을 취소하는 거라 은행이 배상안을 받아들이더라도 '배임'으로 보이지 않는다"면서도 "은행으로선 금감원 분조위 결정을 받아들이면 선례가 생기니 명확하게 법원 판결을 받아보고
라임 외에 환매를 중단한 사모펀드가 여러 건인 은행권의 경우 전액 반환 선례를 남겨 향후 배상액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수 있는 점도 고려 요소다. 윤창현 미래통합당 의원실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환매 중단 사모펀드 판매 금액이 모두 2344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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