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산세 포비아 ◆
직장인 박 모씨(41)는 최근 재산세 고지서를 보고 적금을 하나 가입했다. 서울 마포에 전용 84㎡ 아파트 한 채를 소유한 박씨는 재산세가 지난해보다 70만원가량 늘어나 300만원대에 육박했다. 박씨는 "지난해 200만원 내는 것도 목돈이 나가는 것이어서 자금 마련에 애를 먹었는데 올해는 290만원이나 나왔다"면서 "세금을 내기 위해 대부업체를 찾을 수도 없어 어쩔 수 없이 적금에 가입했다"고 했다. 그는 이달부터 매달 20만원씩 적금을 넣기 시작했다.
보유세가 급증하면서 직장인들 사이에 "목돈을 미리 준비하자"며 일명 '재산세 적금'이 유행하고 있다. 서민들로서는 월급은 한정돼 있고 주택 대출금, 생활비 등 고정 지출비 마련에 생활이 빠듯한데 1년에 두 번씩 '세금' 명목으로 목돈이 나가다 보니 당장 가계생활이 위태롭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내년에도 세금이 더 오른다는데 세금을 내기 위해 대부업체에 손을 벌려야 할 판"이라면서 "매달 적금을 내는 것도 빠듯하지만 외식할 것을 줄여가며 미리 준비하는 게 낫다"며 '재산세 적금'에 가입하고 있다.
양도소득세가 강화되면서 2주택 이상 보유한 사람들은 절세를 위해 이혼 상담까지 하고 있다. 정부는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2주택은 양도소득세율 최대 52%, 3주택은 62%까지 부과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노후 대비용으로 실거주 외에 주택을 한 채 이상 보유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절세'를 위해 이혼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인별 합산인 보유세와 달리 양도소득세는 가구별로 합산하다 보니 1가구 2주택은 양도소득세 중과 대상에 포함된다. 이 때문에 일부 사람들은 '시세차익 절반을 세금으로 내느니 이혼해 1가구 1주택 비과세 혜택을 받는 게 낫다'며 이혼 상담을 세무사에게 문의하는 것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에게 의뢰해 가상 계산한 결과 예를 들어 2주택자인 부부가 10년 전 5억원에 구매한 A아파트를 15억원에 팔면 양도소득세 5억2943만원가량을 내지만 이혼을 하면 1가구 1주택 비과세 혜택을 받아 매각에 따른 양도소득세는 1251만원대로 줄어든다. 박 모씨(54)는 "노후 대비용으로 마련한 주택을 퇴직 후에 팔 계획인데 그때 양도차익 절반을 국가에 내라고 하면 차라리 이혼을 해서라도 몇억 원 버는 게 낫다"고 말했다.
세금폭탄은 무주택 서민들에게도 스트레스다. 집주인들이 세금 충당을 위해 전세에서 추가로 월세를 받는 '반전세'를 선호하면서 세입자들은 '월세' 부담이 늘게 됐기 때문이다. 서울 광진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 모씨는 "집주인이 세금이 많이 올랐다며 월세를 추가로 요구해서 예정에 없던 월세를 내게 생겼다. 주변 다른 아파트는 전세금이 많이 올라서 월세를 내고라도 연장해야 한다"고 울상을 지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동 6월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은 총 151건이었으며, 이 중 월세가 끼어 있는 거래(준전세·준월세)는 56건(37%
대치동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강남 사람들 사이에서는 '세금이 징글징글하다'는 세금포비아가 강하다. 내년에는 또 얼마나 오를까 다들 한숨을 쉰다"면서 "이제 임대차 3법까지 시행된다고 하니 전세 물량이 급감해서 집주인들이 월세를 대폭 올릴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고 염려했다.
[이선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