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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앞서 여성 애널리스트 출신으로는 처음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에 올라 주목받기도 했다. 증권가에서 연신 '최초' 타이틀을 달던 그가 2014년 돌연 트러스톤자산운용으로 자리를 옮겼다.
셀(Sell) 사이드와 바이(Buy) 사이드를 종횡무진 누비며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하고 있는 이 전무를 최근 서울 성수동 트러스톤 사옥에서 만났다. 자산운용사로 터를 옮긴 이유부터 물었다. 이 전무는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었고 보다 현장감 있는, 즉 결과에 민감한 분석을 해보고 싶었다"며 "바이 사이드 리서치는 그 결과가 펀드 운용수익률로 즉각 나타난다는 점에서 셀 사이드 리서치보다 더 칼 같은 면이 있다"고 답했다.
이 전무는 여성 리서치센터장으로 주목받기 전부터 스타 애널리스트로 꼽혔다. 한국 증권가에서는 낯설었던 계량(퀀트) 분석 분야에서 가장 실력 있는 전문가로 이름을 날렸다. 그가 증권시장에 첫발을 들여놓은 것은 1994년 대우경제연구소에 입사하면서다. 이 전무는 "경제연구소에서 일할 때만 해도 전화를 받으면 무턱대고 '남자 직원 바꿔주세요'라는 말이 들려오는 경우도 꽤 있었다"고 회상하며 "내 머리 바로 위에 유리천장이 버티고 있다는 느낌도 받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나아져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장 전망과 관련해 이 전무는 하반기 코스피가 더 오를 것으로 바라봤다. 내년에는 한층 좋을 것 같다고 첨언했다. 지난 3월 1400대까지 빠졌던 코스피가 어느새 2200을 넘기면서 일고 있는 고평가 우려와 대조되는 시각이다. 이 전무는 "코로나19 이후 풀린 유동성이 어마어마하다. 미국 광의통화(M2) 증가율이 전년 대비 20%인 반면 통화 유통 속도는 1960년대 이후 최저다. 풀린 돈이 돌지 않는다는 의미인데, 실적 방어도가 높은 회사를 중심으로 투자처를 잃은 자금이 쏠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전 세계가 유동성 잔치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증시의 경쟁력이 특히 높다고 평가했다. 그는 "최근 자생적으로 수요가 늘어나는 업종은 정보통신(반도체), 바이오시밀러, 2차전지"라며 "이 세 분야에서 우리나라 기업이 모두 1위를 차지하고 있어 한국 증시는 외국인 입장에서도 매력적"이라고 진단했다.
증시에 26년째 몸담고 있는 이 전무가 생각하는 '주식 잘하는 법'도 궁금해졌다. 이 전무는 "소위 '라떼(나 때)는 말이야'식 사고가 가장 위험하다"고 답했다. 그는 "주가는 수많은 시장 구성원 간 집단지성의 결과물"이라며 "따라서 혼자만의 생각대로 증시가 움직일 리 만무하다. 본인 경험에 비춰 '이럴 것'이라고 확신하는 경직된 사고가 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연한 자세로 변화를 받아들이고 다양한 가능성을 고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1세대 여성 애널리스트로서 산전수전을 겪어온 그는 후배 애널리스
[홍혜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