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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강도 높은 부동산대책이 잇달아 나오면서 주택 구매자들이 규제가 센 은행 등 제도권 금융기관을 피해 '규제 사각지대'로 남아 있는 개인 간 거래(P2P) 업체나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리고 있다. 대부업체에서 대출받고 규제가 덜 까다로운 저축은행이나 상호금융 등에서 '개인사업자' 대출로 갈아타는 방식도 종종 사용된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출 규제를 벗어나는 방법으로 P2P금융과 대부업체가 주로 사용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기자가 인터넷에 올라온 대출 광고를 보고 '서울에 10억원짜리 집을 살 건데 은행에서 최대한 돈을 빌린 뒤 2억~3억원을 더 빌리고 싶다'고 전화로 문의했다. 대출모집인은 "P2P 금융이나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리면 LTV 최대 80%까지 돈을 빌릴 수 있다"고 답했다. 연 금리는 7.5~8.5%로 신용등급에 영향이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3개월 뒤엔 개인사업자 대출로 갈아타는 팁도 있었다. 대출모집인은 "우선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린 뒤 3개월 이후에 개인사업자 대출로 갈아타면 금리를 절약할 수 있다"며 "개인사업자 등록부터 대환까지 모두 도와주겠다"고 말했다. 현행 규제상 개인사업자 등록 3개월 이후엔 아파트를 담보로 LTV의 80%까지 사업자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개인사업자는 대출을 '사업 자금'으로만 사용해야 하지만,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을 노리는 것이다.
대출모집인이 보내준 네이버 블로그엔 상호금융인 신협에서 개인사업자 대출을 받는 방법이 상세히 적혀 있었다.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신용조회 없이 담보 원금의 90%를 최저 7% 금리로 빌려준다"고 광고하는 업체도 상당수였다. 은행권의 부동산 담보 대출 문턱이 점점 높아지는 상황에서 급전 수요를 포착한 중소형 대부업체가 문턱을 낮춰 고객들을 유인하는 것이다.
이처럼 P2P 금융업체와 대부업체가 주택담보대출을 내줄 수 있는 건 각종 부동산 규제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급증하는 가계대출을 잡기 위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강화하고 2금융권으로 적용 범위를 넓혔지만, 대부업 대출엔 이 규제가 반절만 적용된다. DSR란 개인의 연간 소득 대비 모든 가계대출 원리금 상환액이다. 시중은행 DSR 기준은 40%로 9억원이 넘는 고가 주택을 담보로 잡을 땐 DSR가 40% 이하여야 한다. 이때 이미 대부업 대출을 받았다면 은행 DSR에 대부업 대출이 반영되지만 은행 대출 이후 대부업 대출을 받을 땐 DSR에서 제외된다. LTV도 적용되지 않아 대출 수요자가 대부업체로 넘어가 고가 주택 구입 비용을 대출받을 길이 열려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대부업체의 대출 유형을 보면 신용대출은 감소한 반면 담보대출은 급증하는 추세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과 행정안전부가 실시한 대부업 실태 조사에 따르면 2017년 12조6000억원에 달했던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8조9000억원으로 약 29% 감소했다. 반면 담보대출은 같은 기간 3조9000억원에서 7조원으로 약 179% 증가했다. 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24%에서 44%로 뛰었다. 이 때문에 대부업에서 부동산 담보 대출이 늘어나는 건 정부 대출 규제에 따른 '풍선 효과'란
다만 대부업마저 규제로 옥죄면 급전이 필요한 서민을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 수 있다는 게 금융당국 우려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부업체에는 협회 등을 통해 행정지도는 하고 있다"며 "다만 연 7~9% 금리로 수억 원씩 장기 대출을 받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주원 기자 / 이새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