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PECIAL REPORT : 백가쟁명식 주택공급대책, 실효성은… ◆
7·10대책에서 정부는 앞으로 주택 공급을 촉진하기 위한 방향성을 제시한 바 있다. △도심 고밀개발을 위한 도시계획 규제 개선 △3기 신도시 용적률 상향 △도시 주변 유휴용지 등 신규 택지 발굴 △공공 재개발·재건축 사업 촉진 등이다. 시장에선 △그린벨트 해제 △재건축 규제 완화 등도 거론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정부는 공급 카드를 현재 7가지 정도 갖고 있다는 뜻이 된다. 7가지 방안의 내용, 시행 가능성, 실제 공급 효과를 낼 수 있는지 등에 대해서 부동산·도시계획 전문가, 매일경제 부동산부 기자들 의견을 모아 분석해 봤다.
① 역세권 재개발 용적률 완화
정부가 제시한 도심 고밀개발 활성화와 관련된 방안이다. 서울 등 역세권(현재는 역에서 반경 250m, 앞으로는 350m로 확대 예정)에서 추진하는 재개발 사업은 용적률을 600~1000%까지 높여주는 게 핵심이다. 예를 들어 A재개발구역 안에 B역세권이 있고, B역세권이 A구역의 10%를 차지한다면 해당 10%는 고밀개발을 허용하는 식이다.
다만 높아진 용적률이 가져온 기대수익의 절반가량은 공공임대주택 등의 형식으로 기부채납해야 한다.
현재 서울의 일반 주거지역 최대 용적률이 250%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공급효과도 상당하다는 평가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서울시가 기존에 추진하던 역세권 시프트사업과 비슷한 맥락"이라며 "사업 추진 방향성 자체는 좋지만 기반시설이나 교통량을 고려해 불편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② 3기 신도시 용적률 상향
기존에 발표된 3기 신도시 5곳(남양주 왕숙·하남 교산·인천 계양·고양 창릉·부천 대장)의 용적률을 높이는 방안이다. 현재 지구별로 용적률이 160~200%인데 수도권 택지의 법정 상한 용적률이 220%라는 점을 감안하면 최대 40%포인트 정도 더 높일 여지가 있다. 이렇게 되면 수도권에 최대 5만가구 규모까지 추가 주택 공급이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수도권 택지공급지침에 있는 신도시 용적률 상한선(220%)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파트가 실제 공급되기까지 시차를 줄이는 일이 중요한 만큼 새 땅을 개발하는 것보다 기존 택지를 고밀화하는 것이 유효하다고 조언했다. 다만 3기 신도시도 하남 교산을 제외하면 서울 핵심지 수요를 분산하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게 한계로 작용한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서울 강남 등 핵심지를 제외하면 어느 정도 공급효과는 있다"고 해석했다.
③ 공공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지난 5월 국토부는 공공 재개발을 통해 수도권에 모두 4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공공 재개발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SH서울주택도시공사 등 공공기관이 재개발 사업에 참여하는 형태다.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지 않고 2종 주거지역은 3종으로, 일반주거지역은 준주거지역으로 용도를 상향해 준다. 그 대신 조합원분을 제외한 나머지 물량의 50% 이상을 공공임대로 공급해야 한다.
서울시는 주민 갈등 등으로 초기 추진위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재개발 조합 10여 곳을 시범 사업지로 추렸고, 약 1만가구가 공급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정부는 여기서 더 나아가 재건축 사업에까지 공공기관 참여를 더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정비업계에서는 공공 재개발과 재건축이 근본적인 대안은 될 수 없다고 판단한다.
백준 JNK도시정비 대표는 "일반분양 물량의 50%를 공적 임대로 내놔야 하는 조건 등을 정비사업 조합들이 제약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며 "사업성이 좋은 서울 지역에서 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④ 서울 그린벨트 해제
기재부와 국토부 등은 위에 제시됐던 주택공급 방안을 검토하고 모자라면 들여다보는 카드로 서울 그린벨트 해제를 거론하고 있다. 서울시 행정을 책임졌던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등이 그린벨트 해제를 적극 반대해온 점이 가장 큰 부담이다.
하지만 서울 안에서 용산 정비창 개발 방안과 비슷한 파급력을 줄 수 있는 땅은 결국 그린벨트밖에 없다는 주장이 계속 나오고 있다. 개발업계에선 정부가 서울의 그린벨트를 해제한다면 강남구 세곡·자곡동과 서초구 염곡·내곡동 땅이 될 공산이 크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이 지역도 정부가 2년 전 스스로 제시했던 그린벨트 해제 기준에 미달하는 지역이 상당수다. 다시 말해 효율적인 주택 공급을 위해서 그린벨트를 해제한다면 환경 보호라는 대전제와 상충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들 지역에 대한 토지 보상과 광역교통대책 수립 등도 만만찮은 과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민심 역풍과 토지보상금이 서울 지역으로 유턴할 위험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설명했다.
⑤ 서울시내 군용지·유휴용지 활용
삼성동 서울의료원 강남분원과 대치동 SETEC, 동부도로사업소 등 강남권 알짜 유휴용지를 개발하는 방법이다. 용도를 상업용지로 변경하고 용적률을 최대치인 1000%까지 획기적으로 높여 고밀 지역으로 조성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럴 경우 약 2만가구의 물량을 공급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하지만 고밀개발을 적용해도 10평 안팎의 소형 주택만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문제다.
정창무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서울의료원 강남분원이나 잠실 MICE 등은 서울에서도 핵심 입지인데 소형 주택 용지로만 쓰긴 아쉬운 부분이 있다"며 "주택문제가 급하긴 하지만 활용방법이 제대로 됐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성남시 창곡동 위례 군 용지 등 수도권 내 군 유휴용지를 활용하는 방안도 유력하게 떠올라 눈길을 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최근 오찬 회동을 했는데 용산공원을 포함한 서울 군부대 땅을 활용한 주택공급 방안도 거론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에 대해 국방부와 국토부 모두 군 용지를 활용한 주택 공급 논의는 없었다고 부인했다.
⑥ 수도권 4기 신도시 건설
사실 국토부와 LH는 3기 신도시 지정 이후에도 계속 신규 택지 후보지를 물색해 왔다. 국토부가 4기 신도시 계획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3기 신도시를 발표한 지 1년밖에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330만㎡(100만평) 이상 4기 신도시를 신규 지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전망이 많다. 3기 신도시만 해도 주민들의 반발이 여기저기서 이어지고 있고, 택지를 추가로 만들면 광역교통대책도 새로 수립해야 한다.
박선호 국토부 1차관도 "4기 신도시는 현재로선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선 광명(광명동)·시흥(과림동)지구, 김포 고촌읍, 하남 감북지구 등에 330만㎡ 이하 미니신도시를 5곳 안팎 지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3기 신도시 외에도 미니신도시는 이미 상당수 지정된 상태"라며 "정부 입장에선 크게 유효성 있는 대안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⑦ 서울 재개발·재건축 완화
당장 정부와 여당이 손댈 가능성은 거의 없는 카드라 할 수 있다. 민간과 학계에서 필요성을 계속 제기하고 있지만 정부는 "재건축 규제는 풀어줄 생각이 없다"며 요지부동이다.
정부가 지금 상황에서 재건축을 풀어주기엔 위험 부담이 많다는 얘기도 나온다. 신규 주택 공급이 내년부터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주 수요가 발생하는 재건축 사업은 자칫 수급을 더 심하게 꼬아버릴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공급 문제로 인해 발생한 전셋값 폭등을 어떻게든 막기 위해 전월세 3법(임대차신고제·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 부작용이 많은 정책까지 도입할 태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당장은 아니라도 재개발·재건축 완화는 서울 주택 공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꼭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그린벨트 해제·역세권 용적률 상향 등은 무한정 쓸 수 없는 정책"이라며 "수급 문제가 진정되면 재건축 완화는 꼭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