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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정부와 금융당국은 지난 14일 산업은행이 저신용등급을 포함한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매입하기 위한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 법인 등기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날 한국은행은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SPV에 총 8조원의 대출을 실행하기로 의결했다. 이에 따라 SPV는 오는 24일부터 정부가 5월에 발표한 저신용등급 회사채 지원을 시작할 예정이다. 10조원으로 출범한 SPV는 향후 시장 여건과 운영성과 등을 감안해 필요시 20조원까지 재원을 확대할 수도 있다.
SPV는 1차 재원 3조원을 산업은행 출자금 1조원과 한은 대출 1조7800억원, 산은 대출 2200억원으로 조성해 운영을 시작한다. SPV가 매입 대상으로 삼은 회사채는 만기 3년 이내, 신용등급 AA~BBB등급으로, BB등급은 코로나19로 인해 일시적으로 신용등급이 강등당한 경우로 한정된다.
포트폴리오는 신용등급별로 AA등급 30%, A등급 55%, BBB등급 이하를 15% 수준으로 관리한다. 다만 발행 기업은 2년 연속 이자보상비율이 100% 이상이어야 하고, 동일 기업 또는 업종에 대한 매입액은 전체 매입액의 2~3% 이내로 제한된다. CP는 만기 3~6개월 물건을 매입할 방침이다.
SPV는 2024년까지 총 4년간 운영되며, 회사채·CP 매입 기간은 내년 1월 13일까지 6개월간 사들인다. SPV가 매입한 회사채와 CP는 3년 이후에도 계속 보유할 계획이다. 만기 3년물 회사채를 예로 들면, 만기까지 SPV가 보유하게 되며, 도중에 자금시장에 매물을 내놓진 않을 예정이다. 2024년 1월부터 6개월간은 청산 기간을 거치게 된다.
이에 대해 시장에선 지원책을 발표한 지 두 달 만에 나온 정책으로는 이미 굳어진 우량 회사채(AA등급 이상)와 비우량 회사채(A등급 이하) 간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신용 위기'를 예방하는 심리적 효과는 분명하지만, 시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금리 스프레드 하향 안정화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김상만 하나금융투자 자산분석실장은 "이번 대책은 앞으로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실물경제 위축이 장기화되는 등 시장 상황 급변에 대비한 보험 성격"이라며 "회사채 발행시장은 안정을 찾았지만 유통시장에서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는 상·하위 등급 간 갭은 현상 유지에 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신한금융투자가 지난 9~16일 주간 단위 회사채 금리 스프레드를 비교한 결과, 무보증 3년물 기준 국채 대비 AA-등급 회사채 스프레드는 69.7bp(1bp=0.01%포인트)로 전주 대비 1.5bp 줄었지만, 같은 기간 A+ 회사채 스프레드는 0.3bp 확대되며 약세를 이어갔다. 이로 인해 2011년 이후 2016년 말~2017년 초 무렵 발생했던 A등급 회사채 스프레드 고점에 다가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양극화된 금리 스프레드 외에 만기가 도래하는 비우량 회사채 물량이 상당한 점도 위험 요소다. 특히 비우량 회사채는 발행시장에서 매물이 자연스럽게 소화되기 어렵다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한광열 NH투자증권 크레딧팀장은 "SPV 목표 포트폴리오에서 70%를 A등급 이하로 매수한다지만 하위 등급 회사채에 대한 시장 수요는 거의 전무하다"면서 "SPV가 8월 들어서 실제 자금 집행에 들어가야 자금난에 처한 기업들의 숨통을 터주는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흥
[안갑성 기자 / 송민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