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안한 전세시장 ◆
↑ 7·10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중개업소에 10억원짜리 전용면적 84㎡ 전세 매물이 나온 서울 강동구 고덕그라시움 아파트 전경. [김재훈 기자] |
"공덕동 주복(주상복합) 32평형 전세 10억원에 나갔습니다."
"광교 호수 라인 아파트 10억원 계약입니다."
정부가 전·월세 시장 안정화를 위해 '임대차 3법'을 더 강화하겠다고 나오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전셋값이 일주일 새 1억~2억원씩 급등하며 전세 신고가가 속출하고 있다. 집주인들의 매물 회수와 호가 높이기가 맞물리면서 강남뿐만 아니라 서울 강북·경기 남부까지 '10억원 전세'(전용 84㎡ 기준)가 확산되고 있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시세 7억~8억원대 전세가 재빠르게 소진되면서 실거래가가 9억원을 돌파하자 집주인들이 10억원 이상을 부르기 시작했다.
1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공덕·마포·성수 등 서울 비강남 지역과 경기 수원 광교에서 7·10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4일 만에 10억원짜리 전세 매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서울 강동구 고덕그라시움 전용 84㎡는 13~14일 10억원 호가 매물이 시장에 나왔다. 지난달만 해도 실거래가가 7억9000만원(6월 26일), 7·10 대책 전만 해도 호가가 8억원에서 많게는 9억원이던 평형이다. 그런데 7·10 대책 이후 일제히 10억원 하는 매물이 올라오고 있다. 고덕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시세는 9억원대라고 얘기했지만 집주인들이 '이번에 안 올리면 영영 못 올린다'고 그대로 해달라고 해서 어쩔 수 없다"고 전했다.
성동·마포·양천 등 비강남 지역에서도 웬만한 중형 평형 전세는 10억원에 육박한다. 성동구 래미안옥수리버젠은 전용 84㎡가 이달 초 8억원에 거래됐지만 호가가 1억원 가까이 올라 13일 9억2000만원까지 나왔다. 양천구 목동힐스테이트는 전용 109㎡가 5월만 해도 8억원대에 거래됐지만 현재 시세는 9억~10억원대다. 이달 초만 해도 9억원 초반대였는데 14일 9억8000만원 호가까지 등장해 '10억원'을 목전에 뒀다.
경기도 수원 광교에서도 전세 시세 7억~8억원대 아파트가 10억원으로 뛰었다. 광교 중흥에스클래스 전용 109㎡가 이번주 10억5000만원에 거래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말만 하더라도 전셋값이 7억~8억원 수준이었지만 이제는 호가가 11억원대까지 나오고 있다. 인근 힐스테이트 광교 전용 97㎡도 최근 8억원대 매물이 다 소진된 후 9억원대 매물만 남아 있다. 광교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실거주 비과세 요건 2년을 채우려고 집주인들이 입주했고 가을 이사철과 임대차 3법이 맞물리면서 전셋값이 뛰고 있다"고 말했다.
7·10 대책 이후에는 전세 신고가도 속출하고 있다. 서울 잠원동 신반포자이(전용 98㎡)는 지난 11일 16억5000만원에 전세가 거래됐다. 13일 마포 래미안푸르지오 2단지(전용 114㎡)는 시세 대비 최고 수준인 12억원에 전세가 나갔다. 구축 아파트도 귀하다. 개포 경남1(전용 96㎡)은 종전 전셋값 최고가 8억원에서 오른 8억8000만원에 팔렸고, 목동 신시가지2(전용 95㎡)도 종전 최고가인 8억원보다 3000만원 높은 8억3000만원에 전세가 거래됐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서울 대치동·삼성동·잠실동·청담동은 전세 물량이 귀해 연일 신고가다.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 59㎡는 13일 8억5000만원에 전세가 거래됐다.
5월만 해도 6억~7억원대였는데 6·19 부동산 대책 때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발표되면서 갭투자자들의 전세 호가가 상승하며 8억원으로 뛰더니 이제는 임대차 3법과 맞물려 매물이 귀해져 8억5000만원을 넘어 9억원
서울 전셋값 상승세가 불안한 상황에서 정부의 임대차 3법 강행에 가을 이사철까지 겹치면서 전세 시장은 폭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7일 KB부동산 리브온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률은 0.29%로 그 전주 0.22%보다도 더 뛰었다. 2015년 10월 넷째 주 이후 4년9개월 만의 최대 폭이다.
[이선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